‘티그리스 미스틱(Tigris Mystic)’은 1993년 5월, 파리 생제르맹의 팬 다섯 명에 의해 창설된 그룹이다. 이 그룹은 비록 시작은 소수 인원으로 출발했지만, 빠르게 성장하여 파리, 나아가 프랑스 전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울트라스 그룹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룹 이름의 유래는 오늘날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Tigris’는 라틴어로 ‘호랑이’를 의미하며, 실제로 이들은 호랑이를 그룹 로고 중 하나로 사용했다. ‘Mystic’은 단지 그룹에 ‘신비롭고 마법적인 느낌’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로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티그리스 미스틱은 같은 해 창설된 또 다른 그룹 ‘드래곤스(Dragons)’와 함께 파르크 데 프랭스의 ‘비라주 오퇴유(Virage Auteuil)’ 하단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구역은 ‘오퇴유 루주(Auteuil Rouge)’라고도 불렸다. 이 구역이 선택된 이유는 상단 구역은 이미 ‘뤼테스 팔코(Lutece Falco)’, ‘수프라 오퇴유(Supras Auteuil)’와 같은 그룹을 포함한 기존의 연간 회원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티그리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구역에서 활기를 불어놓고자 하는 의지도 가지고 있었다.
비라주 오퇴유는 기존의 북쪽 스탠드를 의미하는 ‘부울로뉴 스탠드(Kop of Boulogne)’에서 발생하던 폭력성과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평화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새로운 응원 문화를 조성하고자 활성화된 남쪽 스탠드이다. 이곳은 이탈리아식 울트라스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깃발, 응원가, 티포 등 시각적이고 열정적인 응원이 펼쳐지며 초기에는 티그리스 미스틱과 뤼테스 팔코, 수프라 오퇴유와 같은 그룹들이 중심이 되었지만 이후 ‘타이탄(Titans)’, ‘카르수드(Karsud)’, ‘크랙(Kriek)’ 등의 그룹들이 합류하며 PSG 응원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티그리스 미스틱은 호랑이 로고 외에도 목도리와 어부 모자를 쓴 해골을 또 다른 상징으로 사용했다. 1996년, 당시 인원 면에서 우세했던 드래곤스와 합병을 했다. 양측은 ‘티그리스 미스틱(Tigris Mystic)’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기로 합의했고, 이로 인해 티그리스는 비라주 오퇴유 하단 구역에서 명실상부한 주도권을 잡게 된 그룹이 되었다. 이 시기는 티그리스에게 있어 변화의 시기, 즉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시점이기도 하다.
이 세대교체는 그룹의 외적인 모습과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초기에는 이탈리아식과 영국식 스타일이 혼합된 형태였지만, 점차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순수한 이탈리아식 응원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특히 두드러졌던 점은 힙합 문화와의 강한 연계성이었다. 티그리스는 패션, 응원 퍼포먼스, 전체적인 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힙합적 색채를 드러냈다.
이는 그룹 내에 이민자 배경을 가진 파리 외곽 출신의 구성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들의 문화적 배경이 그룹의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힙합 문화와의 자연스러운 연결점이 되었다. 티그리스의 메인 슬로건은 이렇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간다”. 이 문구는 파리의 랩 그룹 ‘Scred Connexion’의 가사에서 따온 것으로, 티그리스의 정체성과 독립적인 정신을 잘 보여준다.


티그리스의 ‘티포(Tifo·대규모연출)’은 독창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들은 그 누구와도 혼동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월이 흘러 티그리스는 두 개의 팬진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총 7호까지 발간되었던 ‘Griffe(그리프)’와 무려 45호까지 이어졌던 ‘Corporation Ultras(코포라시옹 울트라스)’가 있다.
또한 이들은 바라주 오퇴유 내에서 구단의 재정 지원 없이 완전한 독립을 이룬 첫 번째 그룹이기도 하다. 초기 비라주 오퇴유가 새롭게 구성될 당시인 1991년, PSG 구단은 폭력과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던 ‘Kop of Boulogne(KOB)’에 대한 대항 세력을 만들기 위해 여러 팬클럽과 서포터 그룹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하지만 1997년, 티그리스 미스틱은 이러한 재정 지원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며 전면적인 독립 노선을 선언한다. 이는 그룹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1998년, 티그리스는 PSG의 오랜 라이벌 ‘올랭피크 마르세유(OM)’를 상대로 역사에 남을 큰 한 방을 날리는 데 성공한다. 마르세유가 아비뇽에서 친선 경기를 치르던 중, 티그리스 멤버들이 OM의 울트라스 그룹 ‘코만도 울트라(Commando Ultra)’의 배너를 차량에서 훔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 배너는 곧 여러 차례에 걸쳐 전시되었다. 에펠탑 위는 물론 스트라스부르 원정 경기, 그리고 몇 년 후인 2019년 마르세유와의 경기에서 그룹 ‘CUP(Collectif Ultras Paris)’ 그리고 옛 티그리스 멤버들이 활동했던 ‘Old Block’에 의해 다시 등장하게 된다.
불과 1년 후인 1999년, 또 한 번 적의 상징적인 배너를 손에 넣었다. 이번에는 ‘보르도’의 울트라스가 희생자가 되었다. 그들은 이전 시즌에 PSG의 ‘부울로뉴 보이즈(Boulogne Boys)’의 물품 일부를 탈취한 바 있었다. 이에 보이즈는 복수를 다짐하였고 보르도에게 빅엿으로 대갚음해 줄 계획을 세우게 된다. 티그리스 미스틱은 보르도의 그룹 ‘울트라 마린스(Ultra marines)’를 도발하고 공격하는 역할을 맡으며 혼란스럽게 하는 데 협력했다.
그 사이 보이즈는 반대편에서 경기장 분리 구역의 도랑을 통해 접근, 마린스가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의 배너를 획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는 PSG 내부에서 갈등과 다툼이 심했던 비라주 오퇴유와 부울로뉴 스탠드에 각각 자리 잡은 그룹들 간 매우 성공적으로 협력한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였다.


울트라스 문화에 대한 열기가 점점 높아지던 시기, 티그리스 미스틱의 위상 또한 계속해서 성장했다. 1999년, 티그리스는 비라주 오퇴유 내에서 처음으로 자체적인 아지트를 보유한 그룹이 되었다. 2001년, 티그리스 미스틱은 프랑스 남부 도시 툴롱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 ‘SC Toulon’의 울트라스 그룹 ‘이레뒤크티블 툴롱(Irreductibles Toulon)’과 공식적인 우호관계를 맺었다.
이 우정은 한 서포터 풋볼 토너먼트에서의 만남과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적극적인 서신 교류를 통해 시작되었다. 2001년 당시만 해도 울트라들 사이에서는 편지 교환이 일반적인 소통 수단이었다. 초기에는 비라주 오퇴유를 구성했던 ‘카르수드(Karsud)’와 ‘뤼테스 팔코(Lutece Falco)’도 이 우정 관계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 관계는 희미해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우정은 다시 새롭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파리 남쪽의 그룹 ‘올드 블록(Old Block)’과 톨롱의 ‘나는 과거에 사랑에 빠졌다(Du passé je suis amoureux)’라는 그룹이 이 우정을 계승하고 있다.

그룹 창설 10주년을 맞아 티그리스는 스타드 렌과의 경기에서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대형 코레오그라피(Choreografie)’와 함께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힌 ‘대형 배너(banderole)’를 펼쳤다. “미래는 우리 것이다!” 이 퍼포먼스는 파리 팬씬 내부에서 심각한 긴장을 불러일으켰으며, 기존에 존재하던 ‘부울로뉴(Boulogne)’ 측과의 갈등, 그리고 비라주 오퇴유의 다른 일부 그룹들과의 마찰을 더욱 격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몇 년간, 언어적 갈등뿐 아니라 물리적 충돌까지 수차례 격렬하게 벌어졌다. ‘Kop of Boulogne(KOB)’에게 ‘티그리스 미스틱(Tigris Mystic)’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KOB는 티그리스의 점점 커져가는 영향력에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이들이 팬씬에서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티그리스 구성원들 중 이민자 출신의 비율이 높은 점과 이에 따라 나타난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정체성에도 거부감을 표했다.

처음에는 KOB 내의 훌리건 집단 만이 티그리스를 공격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울로뉴 보이즈(Boulogne Boys)’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같은 비라주 오퇴유 출신인 ‘카르수드(Karsud)’ 마저도 티그리스의 적대 진영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러한 갈등은 티그리스가 창설 10주년 경기에서 선보인 대형 코레오를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되었고, 2005/06 시즌에는 사실상 파국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이 시기 동안, 티그리스는 거의 매주 다른 팬들과 충돌하는 사태를 겪었고, 이는 동일한 PSG 팬씬 내에서의 내분이 상시화된 것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르망 원정 경기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들 수 있다. 이 경기에서는 경기장 주변에서 티그리스와 KOB 간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그리고 2006년 1월, KOB 소속 인물들과 카르수드 소속 인물들이 함께 랑스와의 프랑스 컵 원정 경기에서 티그리스를 기습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티포 관련 물품 다수가 탈취되었다. 이 사건은 티그리스의 몰락을 알리는 시발점이었다.
이 사건 이후 티그리스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티포 장비까지 포기했고, 더 이상 배너도 걸지 않기로 했다. 이는 향후 몇 달간 이어질 일련의 공격들에 대한 서막이기도 했다. 티그리스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위협과 폭력에 노출되었으며,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이 갈등은 PSG와 마르세유가 맞붙었던 프랑스 컵 결승전에서 절정에 달했다.


PSG는 이 경기에서 2-1로 승리했지만, 이날은 동시에 위대한 울트라스 그룹 하나를 잃은 날로도 기록되었다. 경기 당일, 스타드 드 프랑스 주변에서 티그리스를 겨냥한 또 한 번의 격렬한 공격이 발생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티그리스는 그해 여름, 결국 활동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
해산의 배경에는 티그리스에 소속된 다수의 멤버가 이미 경기장 출입 금지 명령을 받았고, 프랑스 사법 당국과의 충돌도 빈번해지면서 KOB와의 갈등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 이에 티그리스는 자진 해산을 택했고, 이로써 1993년 창설 이후 13년간 프랑스 울트라스 문화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 이 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여기 그들의 창립 10주년 DVD는 열정적인 티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의 전설적인 밤들, 음악, 비디오, 응원가, 인터뷰 등을 통해 1993년부터 2003년까지의 찬란한 역사를 담아낸 기록물이다.
‘티그리스 미스틱(Tigris Mystic)’ 그 이름은 이제 과거가 되었지만, 그들의 유산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룹은 해체되었지만 그들이 비라주 오퇴유에 새긴 정신은 아직 살아있다.
※ 새로운 정보 파악 시, 본 콘텐츠에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 원문 출처 : https://blog.naver.com/barrabrava365/223867109736
※ 최초 작성일 : 2025. 0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