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야기는 ‘울트라스(Ultras)’ 운동의 전성기, 즉 경비원도 없고 경찰 개입도 없으며, 서포터들에 대한 엄격한 법률도 전혀 없던, 그 어떤 제약도 없던 시절의 삶을 묘사한다. 본 회고담의 화자는 라치오의 한 울트라이며, 그는 ‘페스카라(Pescara)’에서 겪었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원정의 베테랑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이미 거의 이백 번의 원정을 다녔었다. 나는 세리에 B의 전장들을 다녀왔고, ‘카바 데이 티레니(Cava dei Tirreni)’, ‘산베네데토 델 트론토(Sanbenedetto del Tronto)’, ‘카탄차로(Catanzaro)’에도 갔다. 나는 여러 차례 얻어맞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때리기도 했다. 꾸르바 안에서 나는 모두의 존중을 받았고, 누구에게도 얕잡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정말 터프한 그룹이었고, 가는 곳마다 인정을 받았다. 우리는 단결되어 있었고, 모두 친구들이었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사상에 충실했다.
그날 ‘페스카라(Pescara)’에서는 큰 난투극이 벌어졌고, 경찰 그리고 현지인들과 끔찍한 충돌을 겪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도착했다. 왜냐하면 그 경기를 제시간에 볼 수 있게 도착하는 유일한 기차가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우리는 모두 역에 도착해 있었고, 추위 속에 몰려오는 졸음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경기는 그로부터 네 시간 반 뒤에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그랬기 때문에 경찰이 별로 없었다.
경찰은 우리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딴짓하는 데 더 바빴다. 역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경찰차가 겨우 세 대 있었고, 깔끔하게 다림질된 제복을 입은 경찰관은 고작 열두 명이었다. 그리고 물론, 우리는 페스카라 사람들도 거기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우리가 역 밖으로 나가자, 그들은 마중 나와 있었다. 최소 이백 명쯤 되었고, 우리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그들은 맨손이 아니었다. 몽둥이와 체인, 돌, 쇠파이프, 설마 했는데 물고기까지 들고 있었다.
이 얘기는 들어본 적 없지? ‘아브루초(Abruzzo)’와 ‘마르케(Marche)’, 그리고 남부 해안 도시들로의 몇몇 원정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타란토(Taranto)’ 같은 곳에서는 원정 팬들을 ‘젖은 생선’으로 반겨주는 멋진 전통이 있었다. ‘정어리’를 던지는 건 기본이고, ‘고등어’, 심지어 몇 주 동안 상해서 악취가 진동하는 ‘대구’까지도 날아온다. 생선 세례가 끝나면 돌이 날아오고, 그다음엔 첫 번째 돌격이 시작된다.
인정하건대, 꽤 괜찮은 돌격이었다. 물론 그놈들이 ‘아브루초(Abruzzo)’ 출신의 역겨운 ‘페시아롤리(Pesciaroli·생선장수)’라는 점은 별개로 하고 말이다. 그들은 몽둥이와 체인을 들고 떼를 지어 달려들었고, 우리가 알아듣지도 못할 좆같은 사투리로 무슨 욕을 해댔다. 물론, 우리는 관광을 하러 거기에 간 게 아니었다. 페스카라에 관광하러 간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나? 뭐 볼 게 있다고?
우리는 진짜 사내답게 싸우러 간 거였다. 지루하고 우울한 한 주를 보낸 뒤, 좀 즐겨보자고 간 거였다. 그 당시 로마는 그 좆같은 90년 월드컵 준비 때문에 완전히 쓰레기 같은 일터로 변해 있었고, 우리는 뭔가 분출할 데가 필요했다. 우리도 무장은 충분했다. 몽둥이, 쇠파이프, 그리고 기차역에서 소화기 6~7대를 빌려왔다. 우리는 페스카라 놈들이 진지한 상대라는 걸 알고 있었고, 완벽하게 준비해 갔다. 이런 경우에는 뭐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 무엇이든 대비해야 한다.
라치오와 페스카라 사이에는 뿌리 깊은 증오심이 있다. 이는 어쩌면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증오와 같다. 그 증오는 정확히 말하면 1980년대 후반, 한 페스카라 놈의 멍청한 짓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녀석이 ‘리미니(Rimini)’에서 휴가 중이던 로마 출신 소년들을 건드렸던 것이다. 그들은 나이트클럽에 있었고, 다음은 흔하디흔한 레퍼토리다. 누군가 한마디 던지면, 다른 놈이 받아치고, 주먹질이 오가고, 결국엔 칼이 튀어나온다.
그 칼이 페스카라 놈을 베었다. 그리고 우리에겐 문제가 생겼다. 페스카라 놈이 찔리고 말았다. 그것은 치명적인 자상이었다. 이 모든 골칫거리는 그 사건에서 시작되었고, 피의 연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알게 된 진짜 존나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 칼을 휘두른 놈이 라치오 팬도 아니었다는 거다. 그 새끼는 축구에 1도 관심이 없었다. 이해가 가냐, 얘들아? 우리와 걔네 사이의 증오심은 단순한 실수 하나에서 비롯된 거라고!
페스카라 놈들 생각 좀 해봐라.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로마 출신 한 놈이 칼로 페스카라 놈 하나를 죽였는데, 그 일이 축구랑은 전혀 아무 상관도 없는데, 이제 걔네는 로마 사람 전부, 남자, 여자, 노인, 아이까지 전부를 죽이고 싶어 한다. 아무튼, 시작은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원하지도 않았던 이 라이벌 관계에 휘말리게 되었지만, 우리는 항상 그것을 존중하고 정면으로 마주 해왔다.
그 생선장수와 양치기 놈들이 우리를 도발하러 올 때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도, 그리고 그 수많은 날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철저히 준비했었다. 아 물론, 그걸 ‘최선’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 관점에 따라 다르니까. 우리는 첫 번째 돌격을 막아보려고 했고, 경찰은 두 번째에서야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 개새끼들은 울트라스들끼리 서로 도살극을 벌이게 내버려두고, 자기들 목숨 구할 궁리만 하고 있었다.
기차역 광장의 젖은 아스팔트 위에는 최소한 스무 명의 소년들이 쓰러져 있었다. 우리 쪽이든 걔네 쪽이든 상관없이. 누군가는 엉덩이에 칼을 맞았다. 많고 많은 부위 중에 엉덩이에 칼을 맞았다는 건 최고다. 엉덩이는 최소한 가장 명예로운 부위이기도 하니까. 누군가는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돌에 맞아 머리가 쪼개졌지만 그래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싸움을 계속한 놈들도 있었다. 이럴 땐 그래야 하는 거니까.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잘 싸웠다.
너는 그 난장판 속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궁금하지? 그래, 나를 공격한 건 키가 아주 크고 마른 페스카라 놈이었다. 긴 금발 머리를 한, 마치 북쪽 놈처럼 보이는 녀석이었고, 손에는 고무호스를 들고 있었다. 그 자식이 나에게 환영의 한 방을 날렸는데, 다행히 나는 간신히 몸을 틀어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차에서 들고 온 소화기를 이용해 응수했고, 그 금발 놈의 무릎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그는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났다. 그러고는 주황색 고무호스로 내 가슴을 다시 가격했다. 그 한 방이 얼마나 강했는지, 나는 몇 초 동안 숨도 쉴 수 없었다. 그 순간 포기할 수도 있었고, 땅바닥에 쓰러져 전장을 떠났을 수도 있었다. 용기가 없는 자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런 순간을 이겨낼 힘을 가져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여기서 너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 수 없었겠지.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작은 눈동자를 뚫어지게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개자식아! 나 지금 너 때문에 피 흘리고 있어 씨발! 넌 지금 여기서 죽는다.” 절박함 속에서, 나는 다시 일어날 힘을 찾았고, 소화기의 아래쪽을 이용해 그 금발 놈의 관자놀이를 내리쳤다. 그 순간, 나는 날카로운 소리, 뭔가 툭 부러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고, 그게 기묘하게 짜릿한 쾌감을 줬다.
그 금발 놈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나는 그때, 아니 어쩌면 내가 너무 흥분해서 착각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몇 방울의 피가 떨어지는 것도 본 것 같았다. 충돌은 약 20분 정도 계속되었고, 결국 경찰차 두세 대가 도착해서 싸움을 진압했다. 하지만 그때쯤엔 우리 모두 너무 지쳐 있어서 더는 싸울 힘조차 없었다.

이 이야기의 전체는 ‘안드레아 아레나(Andrea Arena)’의 책 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탈리아 울트라스들의 삶, 사고방식, 폭력성 등을 당사자들의 시점에서 적나라하게 담아낸 책이다. 당시의 기억, 감정, 시선을 바탕으로 한 극화된 회고담이며,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서술자는 과장과 왜곡, 강한 주관을 포함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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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출처 : https://blog.naver.com/barrabrava365/223830220172
※ 최초 작성일 : 2025.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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