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 A의 나폴리와 AS 로마의 맞대결을 앞두고 로마 서포터에 대한 원정 관람 제한이 확정됐다. 이탈리아 당국은 양 구단 서포터 사이의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라치오주 거주자에 대한 경기 입장권 판매를 금지했다.
2026년 10월 19일, 나폴리 현지 행정당국은 오는 24일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나폴리와 로마의 세리에 A 경기에 대해 특별 보안 조치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라치오주에 거주하는 관중은 원정석을 포함한 모든 구역의 입장권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나폴리 당국, 로마 서포터 원정 관람 제한 확정
나폴리-로마 경기는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6시(현지시간), 나폴리의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입장권 판매 금지 조치는 나폴리 광역시의 국가행정 책임자인 미켈레 디 바리(Michele di Bari) 프레페토(Prefetto)가 결정했다.
결정의 근거는 지난 10월 14일 스포츠 행사 안전분석위원회(CASMS, Comitato di Analisi per la Sicurezza delle Manifestazioni Sportive)가 내린 판단이다.
위원회는 양 구단 서포터 사이의 오랜 적대 관계와 과거 폭력 사건 등을 고려해 이번 경기의 공공질서 및 안전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
나폴리 경찰청 역시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고, 이를 바탕으로 라치오주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입장권 판매 금지가 결정됐다.

로마 팬이라도 라치오주 거주자가 아니라면?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제한 대상의 구분이다.
이탈리아 당국은 특정 조직 서포터의 회원 여부나 로마 구단의 서포터 카드 소지 여부가 아닌, 구매자의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제한을 적용했다.
따라서 로마 서포터라는 이유만으로 이탈리아 전역의 모든 팬에게 동일한 금지 조치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라치오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원정석뿐 아니라 경기장의 다른 구역에서도 입장권을 구매할 수 없다.
반면 라치오주 외 지역에 거주하는 로마 서포터의 입장 가능 여부는 별도의 판매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 2024년 4월 나폴리 원정 당시에는 라치오주 외 지역에 거주하면서 로마의 공식 서포터 카드(Fidelity Card)를 보유한 팬들에게 원정석 입장권이 판매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2026년 10월 경기에 대해서는 동일한 예외가 적용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다른 지역 거주 로마 팬들의 입장 가능 여부를 확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때 우호 관계였던 나폴리와 로마, 적대 관계로 변화
이번 원정 제한의 배경에는 이탈리아 축구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나폴리와 로마 서포터 사이의 적대 관계가 있다.
두 구단의 맞대결은 전통적으로 ‘데르비 델 솔레(Derby del Sole)’, 즉 ‘태양의 더비’로 불린다.
흥미롭게도 양 구단 서포터는 과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1970~1980년대에는 서로의 깃발과 응원 도구를 교환하는 등 이탈리아 축구 팬 문화에서 우정을 상징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양측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고, 1987년 10월 로마–나폴리 경기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당시 나폴리 선수 살바토레 바니(Salvatore Bagni)가 로마의 Curva Sud를 향해 도발적인 손동작을 보인 사건은 두 서포터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화한 주요 장면으로 언급된다.
다만 양측의 우호 관계가 단 하나의 사건 때문에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현지 매체는 선수 이적과 서포터 사이의 갈등, 상호 도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2014년 치로 에스포시토 사망 사건
나폴리와 로마 서포터 사이의 적대 관계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사건이 있다.
바로 2014년 5월 발생한 나폴리 서포터 치로 에스포시토(Ciro Esposito)의 총격 사건이다.
당시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는 나폴리와 피오렌티나의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인근에서 나폴리 서포터들과 로마의 전직 울트라스 관련 인물인 다니엘레 데 산티스(Daniele De Santis)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데 산티스가 발사한 총에 맞은 치로 에스포시토는 중상을 입었다.
에스포시토는 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결국 2014년 6월 25일 사망했다.
이 사건은 이탈리아 축구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미 악화된 나폴리와 로마 서포터 사이의 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2023년 고속도로 집단 충돌, 원정 금지 2개월
양측의 대립은 2020년대에도 이어졌다.
2023년 1월 8일, 이탈리아 A1 고속도로의 아레초 인근 바디아 알 피노(Badia al Pino) 휴게소에서 나폴리와 로마의 울트라스들이 충돌했다.
당시 나폴리 서포터들은 삼프도리아 원정을 위해 제노바로, 로마 서포터들은 AC 밀란과의 경기를 위해 밀라노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양측은 고속도로 휴게소 부근에서 마주쳤고, 집단 충돌이 발생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고속도로 교통이 일시적으로 통제되는 등 상당한 혼란이 발생했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사건 발생 6일 뒤인 2023년 1월 14일 두 구단 서포터를 대상으로 2개월간 원정 경기 관람 제한을 결정했다.
당시 조치는 양 구단의 원정 경기 원정석 폐쇄와 로마·나폴리 지역 거주자에 대한 입장권 판매 제한을 포함했다.
이는 양측의 갈등이 경기장 내부를 넘어 일반 교통시설에서도 공공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2024년에도 반복된 나폴리–로마 원정 제한
나폴리와 로마의 원정 관람 제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4월 28일 나폴리 홈경기에서도 라치오주 거주자에게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 이탈리아 내무부는 양측 서포터 사이에서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11월 24일 열린 나폴리–로마 경기에서도 동일하게 라치오주 거주자 대상 입장권 판매 금지가 시행됐다.
2025년 2월 2일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반대 일정의 경기에서는 캄파니아주 거주자의 입장권 구매가 제한됐다.
따라서 이번 2026년 10월 조치는 새로운 유형의 제재라기보다, 양 구단의 맞대결에서 반복적으로 시행돼 온 지역별 원정 관람 제한의 연장선에 있다.

반복되는 원정 제한, 울트라스뿐 아니라 일반 팬도 영향
이번 제한은 경기장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특정 폭력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일반 축구 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라치오주 거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의 과거 위반 기록이나 조직 서포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입장권 구매가 제한된다.
이는 이탈리아에서 시행되는 개인별 경기장 출입 금지 조치인 DASPO와 구분된다.
DASPO가 특정 개인에게 부과되는 출입 제한인 반면, 이번 조치는 특정 경기의 안전 관리를 위해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행정적 판매 제한이다.
결국 나폴리와 로마의 오랜 서포터 갈등은 이번에도 원정 관람 제한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장 안전을 위한 예방 조치가 반복되는 가운데, 양 구단의 서포터들은 다시 한번 상대팀 경기장에서 자유롭게 팀을 응원할 기회를 제한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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