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Bukaneros

라요 바예카노 울트라스 Los Bukaneros 이야기

스페인 마드리드는 축구 역사와 문화로 가득한 도시이며 그 중심에는 두 거함, 아틀레티코와 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그리고 이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라요 바예카노 또한 마드리드를 연고로 한 팀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울 수 있다.

이 구단의 정식 명칭은 ‘Rayo Vallecano de Madrid SAD’이다. 라요는 마드리드의 라이벌 구단들처럼 국내외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그들이 뿌리내린 지역과 그들을 지지하는 팬들은 마드리드 안에서도 독보적이며,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로스 부카네로스(Los Bukaneros)’와 바예카스 지역

라요 바예카노의 울트라스 그룹은 ‘로스 부카네로스(Los Bukaneros)’, 일명 ‘해적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이 이름은 바예카스 주민들이 자신들의 동네를 항구 도시라고 자칭한 데서 비롯되었는데, 실제로 바예카스는 가장 가까운 해안에서 무려 3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이러한 유래는 매년 7월 15일에 바예카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물총 싸움 축제 ‘La Batalla Naval’에서 비롯된다. 이 축제는 1981년 마드리드에 극심한 폭염이 찾아왔을 때 처음 열렸고, 이후 매년 이어지며 지역 고유의 개성과 자긍심을 표현하는 전통이 되었다. 로스 부카네로스는 이 축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바예카스 공동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존재로 기능하고 있다.

로스 부카네로스는 자신들이 속한 지역인 바예카스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그 지역에 대해 강한 충성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뚜렷한 성향을 보이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감추지 않는다. 이들은 강경 좌파, 노동자 계급의 단결, 반파시스트, 반인종차별, 비배타주의(반외국인 혐오)를 표방한다.

이 그룹은 1992년, 소수의 열성적인 라요 바예카노 팬들에 의해 결성되었다. 그 이후로 로스 부카네로스는 규모와 명성을 키워왔으며, 스페인 축구 역사상 가장 인상 깊은 응원 연출과 정치적 항의 퍼포먼스를 펼쳐온 그룹 중 하나가 되었다. 그동안 이들이 만들어낸 티포(Tifo), 연출, 시위 등을 모두 분석하기엔 하루도 모자라겠지만, 이들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로만 조줄야에게 보내는 메시지

로스 부카네로스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사건은 2017년, 라요 바예카노가 레알 베티스로부터 임대 영입한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 ‘로만 조줄야(Roman Zozulya)’와 벌인 사실상의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로스 부카네로스는 조줄야가 ‘우크라이나 네오나치’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조줄야가 우크라이나 국장의 문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졌기 때문이었다. 해당 문양은 우크라이나 극우 세력의 상징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조줄야는 이에 대해 본인이 ‘강한 민족주의자’임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네오 나치이거나 그들의 사상을 지지한 적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로스 부카네로스는 조줄야가 라요 바예카노에서 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라고 단언했고, 그를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파시스트로 규정하는 내용의 다양한 현수막과 포스터를 만들어 “그는 라요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결국 이들은 목적을 달성했고, 조줄야는 라요 1군 경기에 한차례도 출전하지 못한 채 임대 계약이 해지되어 베티스로 복귀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로스 부카네로스는 국제 언론의 비판도 받았다. 일부 매체는 조줄야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 캠페인을 로스 부카네로스가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마녀사냥이라 평가했다. 이에 대해 몇몇 부카네로스 구성원들은 조줄야의 파시스트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성향을 입증하는 9페이지 분량의 문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문서는 결국 공개되지 않았고, 구단이 그의 계약을 해지하자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로스 부카네로스가 이 결과에 만족했으며, 이 사건을 통해 그들이 구단 내에서 지닌 영향력과 힘이 분명히 드러났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2012년, 라요 바예카노 vs 레알 마드리드

다음 이야기는 철저히 추측에 기반한 것으로, 로스 부카네로스나 그 외 누구에게도 공식적으로 혐의가 적용된 적은 없으며, 사실로 확정된 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로운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로스 부카네로스를 포함해 스페인 전역의 수많은 팬들은 오랫동안 라 리가의 ‘작은’ 팀들을 국가 방송에서 소외시키고, 막대한 TV 중계권 수익과 스폰서십이 주로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같은 대형 클럽에 집중되는 현실에 불만을 품어왔다.

2012년 9월, 라요는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었고 그 경기는 레알의 과밀한 경기 일정과 중계 편성에 맞추기 위해 경기 일정이 일요일 밤 9시 30분으로 조정되었다. 그런데 경기 시작 직전 조명탑이 꺼졌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는 고장이 아니라 ‘지역의 파괴 행위자들’이 전선을 절단하면서 일어난 계획된 사보타주였다. 당시 복구 작업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결국 경기는 취소되었다.

경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 사건에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떠돈 하나의 설은, 이 전력 차단이 “스페인 대형 클럽들에 의해 경기 일정을 좌지우지당하는 현실에 신물이 난 지역 팬 그룹의 항의 행위였다”라는 것이다.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영원히 미궁 속에 남게 된 사건이었다.

로스 부카네로스 vs 경찰 & RFEF(스페인축구협회)

“Esto Es Guantánamo(이곳은 관타나모다)” 2015년 1월, 데포르티보 라코루냐와의 경기일에 라요 바예카노의 홈구장인 ‘캄포 데 푸트볼 데 바예카스(Campo de Fútbol de Vallecas)’ 인근에 내걸린 이 배너는 로스 부카네로스가 경찰의 탄압과 괴롭힘에 맞서 벌인 항의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수 주 전부터 경찰에게 기존에는 문제없었던 응원용 북과 배너의 반입을 금지 당했고, 경기일마다 로스 부카네로스 구성원들이 경찰로부터 과도한 수색과 신체 접촉을 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고, 이에 로스 부카네로스는 본격적인 항의 행동에 나섰다.

경기장 주변 바예카스 지역에는 경찰 대응을 규탄하는 걸개들이 내걸렸고, 경기 당일엔 부카네로스 구성원들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주황색 점프슈트를 입고 경기장에 등장했다. 이러한 시위의 여파로, 북과 걸개의 반입 금지 조치는 철회되었지만, 그들이 말하는 경찰의 ‘특별 대우’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2014년 11월, 로스 부카네로스는 이번에는 ‘RFEF(스페인축구협회)’를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그들이 겨냥한 것은 바로 ‘월요일 밤의 축구’였다. 이들은 팬들이 월요일 밤에 경기장에 가지 않고 TV로 경기를 보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했다.

항의의 방식도 독창적이었다. 경기 시작 후 24분 동안 자리를 비우는 보이콧을 감행했고, 그들의 전통적인 응원 구역은 대신 ‘심슨 가족’의 캐릭터와 그 대사들로 채워졌다. 이는 현대 축구의 상업화와 팬 소외 현상을 풍자한 것이었다. 이날 상대팀인 SD 에이바르 팬들 역시 이 시위에 동참했다. 그들은 월요일 저녁 먼 거리를 버스로 이동해야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연대했다.

‘월요일 밤의 축구’에 대한 항의, 그리고 그것이 ‘팬 친화적이지 않다’라는 비판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독일과 잉글랜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팬 그룹들도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3년 9월, 레반테 UD와의 홈경기에서도 로스 부카네로스는 스페인축구협회에 대한 실망감을 다시금 표출했다. 이번에는 너무 늦은 경기 시작 시간이 문제였다. 스페인 축구는 전통적으로 밤 9시에 경기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날 금요일 밤 11시에 시작된 레반테전은 로스 부카네로스에게 있어 말도 안 되는 조롱거리였다.

이에 따라, 바예카스 경기장에서 부카네로스가 자리 잡고 있는 전통적은 응원석은 경기 시작 후 24분 동안 완전히 비워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다름 아닌 ‘세서미 스트리트’의 ‘버트’와 ‘어니’였다. 그들은 걸개를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지금은 축구가 아니라 잘 시간이야” 이는 지나치게 늦은 경기 일정이 가족과 지역 팬들의 일상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풍자적으로 비판한 모습이었다.

지역 사회 속의 로스 부카네로스

축구와 별개로, 로스 부카네로스를 비롯한 라요 바예카노 전체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바예카스 지역의 사회 문제에 대해 꾸준히 연대하고,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바예카스에 거주하는 85세 노인 ‘카르멘 마르티네스 아유소(Carmen Martínez Ayuso)’가 아파트에서 퇴거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유소는 바예카스에서 평생을 살아온 인물이었으며, 그녀는 자신이 재정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전혀 몰랐고, 퇴거 며칠 전 경찰이 문을 두드릴 때에서야 상황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라요 팬들은 즉시 움직였다. 사건을 곧바로 구단 경영진에게 전달했고, 그 반응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구단은 세비야와의 다음 홈경기에서 입장권 한 장당 5유로를 아유소의 주거비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결국, 팬들과 구단의 지원 덕분에 아유소는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모았고, 남은 금액 일부는 지역의 다른 자선 활동에 사용될 수 있었다.

“퇴거 반대, 라요는 함께한다. #CarmenSeQueda(카르멘은 남는다)” 이 사례는 로스 부카네로스, 라요 팬들, 그리고 구단이 자신들의 지역 공동체를 책임지고 돌보려는 정신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라요 바예카노는 그들의 가족을 지킨다.

로스 부카네로스는 축구 전통주의자로서, 현대 축구가 자신들이 사랑하는 본질을 갉아먹고 있다고 여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역에 대해 뜨겁게 자부심을 가지며, 좌파적 신념을 결코 흔들림 없이 지켜낸다. 마드리드는 훌륭한 축구 도시이며, 라요 바예카노와 로스 부카네로스는 이 도시 축구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를 구성한다.

만약 당신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투어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새로 지어진 완다 메트로폴리타노가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면, 마드리드 남동부 바예카스 지역으로 향해 ‘캄포 데 푸드볼 데 바예카스(Campo de Fútbol de Vallecas)’에서 라요 바예카노의 경기를 반드시 관람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 새로운 정보 파악 시, 본 콘텐츠에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 원문 출처 : https://blog.naver.com/barrabrava365/223860657722
※ 최초 작성일 : 2025. 05.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