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 Standing

잉글랜드 축구에서 ‘Safe Standing’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되었다

“팬 없는 축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슬로건은 이제 축구 문화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되었다. 축구는 말 그대로 팬을 필요로 한다. 팬은 축구 클럽의 생명줄이며, 그들이 경기장에 없을 때 경기는 다소 영혼 없는 무언가처럼 느껴질 수 있다. 팬들은 분위기를 만들고, 대중에게 멋진 장면들을 남기며, 경기의 긴장감과 열기를 더해준다.

최근에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축구 경기를 TV로 본 적이 있나요? 혹시 본 적이 있다면, 그 경기를 보면서 뭔가 이상함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클럽들과 방송사들은 마케팅 전략적 측면에서 경기장의 ‘열광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면 팬들이 서 있는 것을 기꺼이 환영한다.

축구 팬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떠올려 보자. 아마도 깃발을 흔들고, 모두가 한 몸처럼 점프하거나, 골이 터졌을 때 열정적으로 함께 환호하는 장면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 모든 장면 속에서 축구 팬들은 서있다. 이런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축구 클럽이나 언론이 시즌 티켓, TV 중계권, 신문 헤드라인 등을 판매하기 위해 직접 활용하는 소재이다.

그렇다면 왜 잉글랜드는 이 주제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걸까?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전 좌석제 경기장’을 갖추는 것이 의무이다. 또한 챔피언십에서 3시즌 이상 머문 구단들 역시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 규정이 생기게 된 계기는 1989년, 리버풀 팬 96명이 목숨을 잃었던 힐스버러 참사였다. 힐스버러 참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 중 일부가 경기장에서 다시 입석 응원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충분히 공감되는 이유이다.

힐스버러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이후, 여러 보고서와 연구를 통해 이 참사는 이동 중인 군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 하더라도, 리버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떤 논의든 당연히 감정적으로 격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리버풀 전반의 일반적인 합의는, 안필드에서 입석 구역을 도입하는 어떠한 결정도 먼저 ‘힐스버러 유가족 지원 단체(Hillsborough Family Support Group·HFSG)’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HFSG와 다른 단체들의 승인 없이 클럽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주의한 일임이 분명하다.

샐허스트 파크를 더욱 열광적으로 만드는 크리스탈 팰리스의 울트라스 ‘홀름스데일 퍼내틱스(Holmesdale Fanatics)’

리버풀의 상황은 독특하며, 리버풀이 이 문제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국 내 다른 클럽들이 ‘세이프 스탠딩(Safe Standing)’ 문제를 다루는 것이 무례한 일은 아니다. 어떤 잉글랜드 경기장에 가더라도, 경기장의 특정 구역에서 서서 응원하는 서포터 그룹들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팬들은 경기 내내 서서 관람한다.

예를 들어, ‘올드 트래포드(Old Trafford)’에서는 더 열정적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모여 있는 ‘스트렛포드 엔드(Stretford End)’에서 팬들이 90분 내내 서서 관람하는 경향이 있다. ‘샐허스트 파크(Selhurst Park)’에서는 크리스탈 팰리스의 울트라스 그룹인 ‘홀름스데일 퍼내틱스(Holmesdale Fanatics)’가 ‘홀름스데일 엔드(Holmesdale End)’의 한쪽 코너에서 서서 응원한다. 지속적으로 서 있는 팬들이 경기장에서 퇴장당하는 개별적인 사례도 존재하나, 잉글랜드 대부분의 경기장에는 계속해서 서 있는 것에 대해 암묵적으로 눈감아 주는 구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많은 잉글랜드 클럽들은 ‘세이프 스탠딩(Safe Standing)’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면 매우 빠르게 이를 차단하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세이프 스탠딩(Safe Standing)’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그것이 실제로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다. 이 주제가 거론될 때마다, 책임자들은 자동적으로 과거의 ‘테라스(terrace·입석구역)’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아스널의 하이버리 스타디움(Highbury Stadium) 클록 엔드(Clock End)에 있었던 구식 테라스

하지만 여기서 제안되고 있는 것은 과거의 테라스식 입석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존 다치(John Darch)’와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하이버리 스타디움(Highbury Stadium)’의 옛 ‘클록 엔드(Clock End)’와 같은 과거의 입석 구역과는 전혀 다르다. 한때 영국 전역에서 흔했던 예전 스타일의 테라스는 오늘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며, 현대 경기장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지금 제안되고 있는 것은, 과거의 방식만큼 효과적이면서도 위험 요소는 제거된 대안이다. 아래에 나와 있는 예시는 바로’세이프 스탠딩(Safe Standing)’ 구역의 사례이다. 이러한 구역은 ‘레일 시팅((Rail Seating)’ 구역이라고도 불린다.

독일 하노버의 ‘레일 시팅(Rail Seating)’ 예시

이러한 구역이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솔직히 말해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다. 앞뒤로 설치된 난간은 팬들이 앞으로 혹은 뒤로 넘어져 다른 줄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 게다가 각 팬은 여전히 자신만의 ‘좌석’ 혹은 입석 구역을 가지게 된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각 서포터에게는 충분한 공간이 주어진다. 각 팬에게 고유한 구역을 배정하는 방식은, 과거의 테라스식 입석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었던 특정 줄의 과밀 현상을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누가 이 사진을 보고 이런 구역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감히 말하자면, 이런 구역은 현재 잉글랜드의 경기장 구성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축구 팬들이 경기에서 서서 응원하길 원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자신이 앉을 좌석 앞에 서서 응원하는 것이, 그리고 그 앞줄과 자신 사이에 있는 유일한 보호 장치가 정강이도 제대로 가려주지 못하는 좌석 등받이뿐이라는 상황이 ‘레일 시팅((Rail Seating)’ 보다 더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골이 터졌을 때 환호하다가 몇 줄 앞으로 넘어졌던 경험은, 영국 경기장에서 너무 많아 이제는 셀 수도 없다. 입석제로 돌아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제로 위험한 것은 지금의 좌석 구조다. 잉글랜드가 ‘세이프 스탠딩(Safe Standing)’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적절한 사례가 필요하다면, 멀리 찾을 필요도 없다.

셀틱 파크의 세이프 스탠딩 구역에 위치한 울트라스 그룹 ‘그린 브리게이드(Green Brigade)’

2016년에 도입된 ‘셀틱 파크(Celtic Park)’의 ‘레일 시팅((Rail Seating)’ 구역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구단들에게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두고 싶다. 나는 경기장이 100% 입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서서 관람하길 원하지 않는 서포터들도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타당하지 않은 것은, 서서 응원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앉고 싶은 사람은 앉게 하고, 서고 싶은 사람은 경기장의 전용 구역에서 안전하게 서 있을 수 있게 하자는 것뿐이다.

긍정적인 신호들도 있다. 나는 얼마 전 토트넘의 새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내가 표를 가진 골대 뒤쪽 구역은 ‘세이프 스탠딩(Safe Standing)’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듯 보였다. 세이프 스탠딩을 지지하는 ‘존 다치(Jon Darch)’는 빠르면 2021-22 시즌부터 일부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 세이프 스탠딩 구역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당성은 충분히 갖춰져 있으며, 이제는 책임자들이 깨어날 차례이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티, 울버햄튼, 토트넘, 웨스트햄 등 수많은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경기장 내 ‘세이프 스탠딩(Safe Standing)’ 구역의 중요성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신식 경기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기존 경기장 내 특정 구역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미관, 효율, 안전상 최악의 좌석 형태라고 생각되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 이미 일부 K리그 구단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들을, 수원삼성과 재단에서도 적극 고려하면 어떠할까 생각을 해본다.

※ 새로운 정보 파악 시, 본 콘텐츠에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 원문 출처 : https://blog.naver.com/barrabrava365/223854198048
※ 최초 작성일 : 2025. 05.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