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onesia hooligans

익명의 인도네시아 축구 훌리건과의 인터뷰

본 인터뷰의 발언자와 그가 응원하는 클럽은 비공개이다. 본문에서 [클럽]은 발언자가 응원하는 축구 클럽을 의미하며, [라이벌]은 해당 클럽의 라이벌 클럽을 지칭한다.

“팬들은 신경 안 써요. 나도 신경 안 쓰고요. [클럽]은 축구를 하고, 나는 어떤 서포터들과 싸우죠. 인도네시아에서는 항상 구단 회장이 서포터들과 가까워요. 정치 때문이죠. 영향력 있는 팬들, 힘 있는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말해요. “이봐! 넌 서포터니까 내가 돈을 줄게. 근데 넌 나한테 표를 줘야 해.” 내 생각에는 이게 바로 인도네시아예요.”

“여기서는 내 친구들 모두 칼을 가지고 다녀요. 우리는 경기장에 칼이랑 너클, 그리고 여기에(다리를 가리키며) 나무 같은 거, ‘노커’를 숨기고 다니죠. 항상 칼을 갖고 다녀요. 작은 칼, 단검 같은 거죠. 이렇게(청바지를 가리키며) 큰 칼도 숨길 수 있어요. 이렇게 숨기면 되긴 해요. (웃으며 절뚝이는 동작을 흉내 내며) 근데 그럼 이렇게 걸어야 해요!”

“당신은 친구들에게 ‘칼을 멈춰야 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는 그럴 수 없어요. 우리는 항상 ‘정면 승부’라고 말하죠. 하지만 무기 없이 싸운다고요? 그럼 우리가 져요. 여기에, 여기에, 여기를 봐요. (머리 뒤쪽, 오른쪽 팔뚝, 오른손 손가락 마디를 가리키며 흉터를 보여줌) 작년에 ​[클럽]이랑 [라이벌] 팬들 사이에 싸움에서 [라이벌]의 팬 한 명이 죽었어요. [클럽]이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라이벌]의 도시에서 마주쳤는데, 그때 그쪽 팬 한 명이 죽었죠. [클럽] 팬들이 몰로토프 칵테일을 맞았고, 못이 박힌 폭탄까지 던졌어요.”

“왜 그렇게 폭력이 잦은 거죠?”

“그냥 우리 민족이 그래요. (웃으며) 역사적으로 봐도 그래요. 인도네시아인들은 싸워요. 그건 우리의 교육적 배경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고등학교, 심지어 중학교까지만 마치고 끝나요. 그리고 그 뒤엔 가난이 있고, 실업도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하는 거예요. 그 실업 상태에서 나온 표현 방식인 거죠.”

“변하길 원하나요? 아니면 이런 공격성과 문화를 계속 유지하고 싶나요?”

“나는 이 문화를 지킬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내 클럽을 위해 싸우는 것이 역할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여러 개의 역할이 존재해요. 노래하는 역할, 싸우는 역할, 팬들 안에서도 각기 다른 역할이 있죠. 그래서 나는 내 문화를 바꾸고 싶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여기 사람들이 폭력과 매우 가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나는 이런 상황에서 폭력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육적인 경험이나 지식 같은 데에 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쓸 수 있게 바꿔보고 싶어요.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런 부분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요.”

“여기 인도네시아에는 서포터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요. 우리 정부는 아무런 시설도 만들어주지 않아요. 우리 ‘왕’은 골프를 좋아해요. 축구는 전혀 아니죠. 예전부터 우리 ‘왕’은 어느 클럽에도 관심을 두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축구를 우선순위로 두지도 않아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선택지가 없어요.”

“축구에서 발을 빼면, 표현할 방법이 사라져요. 축구 활동을 떠나면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냥 공부하려고 해도 친구들은 여전히 거기 있고, 여전히 축구 이야기를 해요. 그럼 왜 ‘그냥’ 축구를 선택하지 않겠어요? 축구에서 사라지면 미래도 없고, 의미도 없어요. 우리는 선택권이 없어요. 그저 따를 뿐이에요.”

“핵심 단어는 ‘캐주얼(Casual)’이에요. 지금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이 거리에서 처음으로 캐주얼 문화를 가진 팬들이 나왔어요. 그들의 이름은 ‘훌리건(Hooligans)’이었죠. 우리는 생각했죠. “그 당시 팬들이 왜 자기들 이름을 훌리건이라고 지었을까?” 아마 그들은 잡지 같은 데서 참고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거든요.”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수하르토가 퇴임한 후인 1997년, 우리는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를 볼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탈리아 리그도 굉장히 인기가 있었죠. 처음에는 이탈리아 리그가 TV로 생중계됐고, 그다음엔 EPL, 그리고 다시 이탈리아 리그가 나왔어요. 여기에서는 한 그룹의 이름이 ‘밀월(Millwall)’이에요. [클럽] 팬들이 자기 그룹 이름을 ‘밀월’이라고 지어버렸어요. 그게 좀 웃긴 부분이죠. 그들은 밀월이라는 클럽을 보고 ‘항상 싸우는 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자기들도 그런 팀처럼 보이고 싶었던 거예요.”

“말레이시아인들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보고 ‘가난하다’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말레이시아요? 진짜 작고 조그마한 나라죠. 내가 너희랑 싸우러 간다고? 아무 의미도 없어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말레이시아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랑 같은 수준이 아니에요.”

“말레이시아인들은 항상 인도네시아 문화를 자기네 거라고 주장해요. “바틱은 말레이시아 전통이다” 이런 식으로요. 늘 그래요. 우리 꿈은 말레이시아, 특히 부킷잘릴에 가서 혼란을 일으키는 거예요. 어떻게든 우리는 말레이시아에서 혼란을 일으켜야 해요. 우리는 ‘Ultras Malaya’랑 꼭 싸워야 해요. 꼭 시도해 봐야 해요!”

“우리는 팬으로서, ‘Ultras Malaya’를 상대로 ‘점수’를 따야 해요. 그건 선수들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에요. 이곳 인도네시아의 문화는 훌리건스 문화와 비슷한데, 싸우는 방식은 약간 터키 같아요. 갈라타사라이 팬들처럼 칼로 싸우죠. 말레이시아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는 해볼 거예요.”

“당신 나라에서는 경기장에서 싸우면 감옥에 가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경기장에서 싸우는 건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 정말로 문제가 없어. 강도 짓을 하면 6개월형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축구 경기장에서 싸우면? 하루나 이틀이면 끝나. (웃음) 홍염을 터뜨린다고? 문제없어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낮게 윙윙거리는 엔진 소리와 마른 나뭇잎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이 젊은 남성들의 차분한 목소리 위로 은은한 배경음을 더해준다. 나는 포도를 베이스로 한 환상적인 차가운 리큐어와 섬세하게 튀겨진 스프링롤을 대접받았다. 인터뷰이인 그는 질문에 시선을 피하지 않고 차분하게 응답했으며, 전반적으로 정중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의 태도는 자신이 ‘취미’라고 말하는 활동에 대한 진술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인터뷰 당시 그의 행동에서는 훌리건 성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축구 훌리거니즘은 단순히 ‘나쁜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들이 만들어낸 사회현상으로 바라봐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간주되어야 할 때가 많다.

※ 새로운 정보 파악 시, 본 콘텐츠에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 원문 출처 : https://blog.naver.com/barrabrava365/223864790084
※ 최초 작성일 : 2025. 0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