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колофутбола

러시아 훌리건 영화 Околофутбола 오콜로풋볼라

축구 문화, 그중에서도 축구 팬과 그라운드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는 뭐가 있을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영화는 국내에서 ‘훌리건스(Hooligans)’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Green Street’일 것이다. 그 영화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퇴학당한 미국인 맷 버크너가 영국으로 넘어가 웨스트 햄의 ‘펌(Firm)’의 일원이 되어 훌리건의 삶을 살아가며 생기는 일들을 다룬 내용이다.

하지만 축구 팬, 훌리건을 다룬 영화는 이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 2013년 개봉했던 ‘Околофутбола(오콜로풋볼라)’는 러시아 축구 훌리건 문화의 어두운 이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특히 이 작품은 러시아의 실제 훌리건들이 촬영에 조언, 출연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Околофутбола (오콜로풋볼라·Okolofutbola·Kicking Off)

감독 : 안톤 보르마토프 (Anton Bormatov)
각본 : 드미트리 레미셰프 (Dmitry Lemishev)
출연 : 알렉산드르 라트니코프, 파벨 에를리코프, 이반 포미노프, 다리야 밍가제트디노바 등
장르 : 범죄, 드라마
상영 시간 : 100분
제작사 : CTB 필름 컴퍼니, Canal+

이 영화는 모스크바 훌리건 그룹의 내부 세계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 그룹은 학생과 은행원, 음악가, 자동차 정비공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결성한 비밀스럽고 결속력 강한 집단으로, 축구를 매개로 한 폭력적인 충돌을 일삼는다. 주인공들은 라이벌 훌리건과의 대결, 경찰과의 충돌, 내부 배신자에 대한 의심 등으로 갈등을 겪으며, 그 과정에서 한 멤버의 여자친구와의 관계로 인해 더욱 복잡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훌리건 그룹 내부의 충성심, 배신, 폭력, 사랑 등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Околофутбола(오콜로풋볼라)’는 훌리건 문화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폭력과 범죄의 세계에 빠진 청년들의 삶을 조명한다. 실제 훌리건들이 영화의 일부 장면에 출연하여 사실감을 더했으며, 이러한 점에서 영화는 다큐멘터리적 요소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폭력적인 내용과 훌리건을 미화했다는 평을 받으며 비평가들로부터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예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영화제에서는 인권 문제를 이유로 상영이 제한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모스크바에 사는 티무르, 레샤, 자하르, 아르투르 이렇게 네 명의 젊은이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평범한 직업을 갖고서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정상인’으로 살아가지만, 밤이 되면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응원하는 ‘훌리건’ 그룹의 일원으로 변모한다. 이들의 삶은 격투기 훈련, 암호화된 커뮤니케이션, 철저한 규율로 구성되었고 군대식 조직을 갖추며 리더의 지시 없이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라이벌 훌리건과의 충돌은 단순한 싸움이 아닌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주며, 명예와 서열을 걸고 벌이는 일종의 전쟁으로 여겨진다. 도시 외곽의 공터에서 정해진 인원수와 규칙 하에 싸움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며, 이는 실제 훌리건 세계에서 일어나는 ‘Arranged Fight’ 룰과 유사하다. 극중 여러 싸움에서 그룹의 구성원 몇몇은 다치거나 경찰에 체포되기도 하는데, 체포된 자 중 한 명이 경찰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룹은 내부의 배신자에 대한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거의 끝 무렵에는 라이벌 훌리건 그룹과 연합, 경찰과의 대규모 충돌이 발생하며 다수의 인물이 체포되고 그룹은 해산 위기에 처한다.

비하인드

‘Околофутбола(오콜로풋볼라)’를 그대로 번역하면 ‘축구 주변’ 또는 ‘축구계 주변부’를 뜻하며, 축구 팬 문화 중에서도 훌리건 문화, 서포터 간의 폭력, 비공식적인 서브컬처에 집중했음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제목이다. 오콜로풋볼라는 ‘Kicking Off’라는 영문 제목으로 일부 온라인 플랫폼의 스트리밍을 통해 만나볼 수 있고, 유튜브에서도 유출본을 시청할 수 있다.

영화는 2010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공식 서포터 그룹 ‘프라트리아(Fratria)’의 일원이었던 ‘예고르 스비리도프(Egor Sviridov)’ 피살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스비리도프는 모스크바에서 북캅카스 출신 청년들과의 충돌 중 사망하였으며, 이 사건은 러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와 폭동을 촉발했다. 극중 총격 장면은 훌리건 세계 나름의 룰이었던 ‘맨손 싸움’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여겨지며, 이는 ‘현실 훌리건 세계의 질서 붕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훌리건 그룹 ‘글래디에이터 펌 96(Gladiators Firm 96·GF96)’이 모티브 되었으며, GF96의 일부 훌리건들이 영화에 출연했다. 예를 들어 GF96과 또 하나의 훌리건 그룹 ‘플린츠 크루(Flint’s Crew)’가 연합해 디나모 모스크바의 훌리건 그룹을 매복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사운드트랙

러시아의 래퍼 ‘FEDUK’이 참여했으며, 이 곡은 그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로, 러시아 내에서 축구 팬 문화와 관련된 곡으로 인식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팬들의 삶을 묘사하며 가사에는 형제애, 명예, 충성심, 폭력성 등을 강조한다. 뮤직비디오는 실제 훌리건들과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래퍼로서 그의 이름을 대중에 알리는데 기여를 했으나 일부로부터는 곡이 훌리건 문화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모티브가 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그룹들

Fratria

‘프라트리아(Fratria)’는 라틴어로 ‘형제애’를 의미하며, 러시아 축구 클럽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공식 서포터즈 그룹이자, 러시아 서포터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2000년대 이후 스파르타크 팬 문화의 중심축으로 활동해 왔다. 이 그룹은 다양한 대규모 코레오그라피 등 응원 연출을 주도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및 유로파리그 원정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적 성향을 띠며, 러시아 군을 지지하며 반이민자 메시지, 전통적 가치 강조 등의 메시지를 응원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은 러시아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프라트리아는 ‘글래디에이터 펌 96(Gladiators Firm 96)’ 및 기타 훌리건 그룹과 명확히 분리된 ‘응원 중심’ 조직이지만, 멤버와 행동 연계를 비롯한 일부 교집합이 존재한다.

유명한 사건으로, 2010년 프라트리아 소속 팬 ‘예고르 스비리도프(Egor Sviridov)’ 피살 사건 이후, 프라트리아는 대규모 시위와 정치적 메시지를 조직하며 러시아 사회에서 주목받았다. 이들은 수천 명의 팬과 함께 크렘린 시위를 조직하였고, 러시아 사회에서 민족주의적 갈등과 안전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였다. 그들은 현재에도 스파르타크 공식 서포터 대표 그룹으로 활동하며, 구단과 직접 협력해 응원 문화, 티켓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Gladiators Firm 96

‘글래디에이터 펌 96(Gladiators Firm 96·GF96)’은 러시아 훌리건 문화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그룹이다. 이들은 러시아 훌리건 씬에서 가장 조직적으로 전투적이며, 러시아 내 ‘맨손 싸움’의 전형을 정립한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기존 훌리건 그룹인 ‘Flint’s Crew’가 다소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충돌에 기반했던 것에 반해, 보다 조직적이고 규율 중심적인 훌리건 집단을 지향하며 1996년에 창설되었다. GF96은 영국식 스타일을 지양하고 이탈리아, 발칸, 러시아 스타일을 혼합한 독자적인 방식을 추구하고자 했다. 이 그룹의 초대 리더인 ‘바실리(Vasiliy·별명 Killer)’는 1998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2000년대 러시아 훌리건 문화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숲이나 외곽 지역에서 약속된 장소와 인원수로만 싸움을 벌이는 구조(arranged fight)를 도입하였고, 이러한 ‘숲속 싸움(forest fights)’은 이후 러시아, 폴란드, 세르비아 등 동유럽 훌리건 문화의 표준이 되었다. 또한 그룹 내부는 군대식 위계와 신체 조건 테스트, 충성도 평가, 무기 사용 금지 등의 엄격한 규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대표적인 라이벌로는 CKSA 모스크바의 훌리건 그룹 ‘Yaroslavka Firm’이며, 디나모 모스크바,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이 있다. 우호 관계로는 세르비아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의 훌리건 ‘Ultraboys’와 형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 내 다른 극우 성향 집단과도 느슨한 연계가 있다. 일부 멤버들은 민족주의, 극우적 구호를 외치기도 하나, GF96 전체가 정치색을 전면에 내새우지는 않는다.

2010년대 후반 이후, 경찰 단속 강화와 러시아의 FIFA 월드컵 개최 전후로 러시아의 많은 그룹들이 해체 또는 비공식화되었으며, GF96도 표면적인 활동은 줄어든 상태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공식적인 커뮤니티 및 트레이닝, 비밀 전투 조직을 여전히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lint’s Crew

‘플린츠 크루(Flint’s Crew)’는 러시아 축구 훌리건 문화 초기에 등장했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가장 오래된 그룹 중 하나이다. 이 그룹은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하였고, 러시아 훌리건 씬에서 가장 영국적인 스타일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거리에서의 돌발적인 충돌을 벌였으며 옷차림은 스톤 아일랜드, 프레드 페리, 아디다스 오리지널 등 클래식 영국 훌리건의 캐주얼 스타일을 선호했다.

이들은 조직화된 싸움보다는 영국인들처럼 경기장 주변에서의 집단 충돌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경찰과의 충돌도 잦았으며 여러 차례 체포 및 폭력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1996년, 이러한 플린츠 크루의 비조직적이고 감정적인 싸움 방식에 반발하며, 더 규율 있는 맨손 격투 시스템을 도입한 ‘Gladiators Firm 96(GF96)’이 탄생했다.

이후 일부 플린츠 크루 멤버들은 GF96에 흡수되었고, 나머지는 자연 해산 혹은 활동을 축소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들의 활동은 크게 줄었고, 러시아 훌리건 씬이 폴란드, 세르비아 스타일(숲속 싸움, 격투 중심)로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들은 러시아 훌리건 문화 발전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역사적 상징성을 남겼다.

<소련 시절, 모스크바 5개 팀의 탄생 비화>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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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출처 : https://blog.naver.com/barrabrava365/223868577689
※ 최초 작성일 : 2025. 0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