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바라브라바, 잉글랜드전 앞두고 출입 제한 해제 요구

아르헨티나 바라브라바, 잉글랜드전 앞두고 출입 제한 해제 요구

“미국으로 이동해 대표팀을 응원하게 해달라”…말비나스·마라도나·메시까지 언급

2026 북중미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일부 바라브라바 집단이 정부와 아르헨티나축구협회에 경기장 출입 제한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르헨티나 매체와 소셜미디어에 확산한 게시물에 따르면, 서로 다른 클럽의 바라브라바 세력들은 대표팀 경기 관람을 위해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자신들에게 적용된 ‘derecho de admisión’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Derecho de admisión’은 폭력이나 범죄, 경기장 질서 훼손 등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 인물의 스포츠 경기장 출입을 제한하는 제도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축구 폭력 방지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라 스칼로네타를 응원할 수 있게 해달라”

아르헨티나 언론의 설명에 따르면, 바라브라바 측은 출입 제한이 해제돼야 미국으로 이동하고 경기장에 들어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사용한 ‘라 스칼로네타’는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지칭하는 별칭이다.

요구 문건은 아르헨티나 국가안보부 장관과 AFA 회장 클라우디오 ‘치키’ 타피아를 대상으로 작성된 것으로 소개됐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 문건이 정부와 AFA에 정식 공문으로 접수됐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바라브라바 지도자들이 서명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아르헨티나 전체 바라브라바의 통일된 공식 요구로 단정하기보다는, 복수의 바라브라바 파벌 또는 관련 세력이 확산시킨 요구일 가능성이 크다.

말비나스와 마라도나, 메시까지 동원

바라브라바들은 요구의 명분으로 ‘국가적 단결’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잉글랜드와의 경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말비나스 제도와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를 함께 언급했다.

말비나스는 영국에서 포클랜드 제도로 부르는 남대서양의 섬으로,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1982년 이 지역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였다.

마라도나는 전쟁이 끝난 지 4년 뒤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신의 손’과 ‘세기의 골’을 기록했다. 이후 이 경기는 아르헨티나 팬 문화에서 축구와 국가적 기억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요구 역시 잉글랜드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이용해 경기장 출입 제한 해제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허용보다 통제 강화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의 실제 대응은 바라브라바의 요구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장 출입 제한 대상자와 전과자 등 약 3만5,000명의 정보를 미국 당국에 전달했다. 명단에는 여러 클럽의 바라브라바 구성원과 범죄 전력이 있는 인물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을 앞두고는 미국 연방수사국, 현지 경찰, 영국 측 보안 관계자 등과 협조해 경기장 안팎의 보안을 강화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정부가 바라브라바의 출국 자체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출입 제한 대상자의 정보를 미국 측에 제공하고, 입국 심사와 경기장 출입 과정에서 위험 인물을 식별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미국 입국 허용 여부와 실제 경기장 입장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미국 당국과 대회 보안 주체가 내리게 된다.

1986년 충돌의 기억도 다시 등장

이번 논란에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발생한 양국 팬들의 충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아스테카 스타디움 관중석과 경기장 주변에서는 일부 아르헨티나 팬과 잉글랜드 팬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이후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사건이 ‘바라브라바와 잉글랜드 훌리건의 대결’로 전설화됐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준결승이 확정된 뒤에는 1986년 충돌을 재현하겠다는 식의 위협성 영상과 메시지까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했다. 다만 보안 당국은 현재의 입국 통제와 경기장 보안 체계를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대규모 충돌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팬 문화와 공공 안전 사이의 논쟁

바라브라바 측은 북과 깃발, 지속적인 응원으로 대표팀에 힘을 보태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derecho de admisión’은 응원 방식이나 팬의 충성심을 이유로 부과되는 조치가 아니라, 폭력과 범죄 및 경기장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적 제한이다.

국가대표팀 응원을 이유로 기존 제한을 일괄 해제할 경우, 폭력 예방 정책의 원칙과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까지 아르헨티나 정부나 AFA가 바라브라바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제한 해제를 검토한다는 공식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미국과 영국 측 관계기관과 협조해 보안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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