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밖에서 벌어지는 집단 싸움, 조직에 대한 충성, 배신과 복수. 그리고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 지역 범죄조직, 경찰의 수사, 국경을 넘어 아일랜드까지 이어지는 범죄 네트워크.
폴란드 영화 <푸리오자(Furioza)>와 <푸리오자 어게인>은 훌리건을 소재로 하지만 단순한 축구 영화는 아니다.
두 작품의 중심에는 오히려 하나의 질문이 있다. 축구를 통해 형성된 결속과 ‘명예’의 규칙이 돈과 범죄를 만나면 어떻게 변하는가.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은 폴란드 훌리건 문화에서 시작해 마약, 조직범죄, 국제 범죄 네트워크까지 확장된다.
넷플릭스 역시 <푸리오자 어게인>을 액션 스릴러이자 ‘Drug Lord’, ‘Organized Crime’ 장르로 분류하며, 골든이 훌리건 조직의 리더가 된 뒤 활동 범위를 국경 밖으로 확대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 이하 내용에는 <푸리오자>와 <푸리오자 어게인>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푸리오자, 폴란드 훌리건 세계로 돌아온 남자
이야기의 중심에는 과거 Furioza라는 훌리건 그룹의 일원이었던 다비드(Dawid)가 있다.
그는 현재 훌리건 세계를 떠나 의사로 살아가지만, 과거 연인이자 경찰인 지카(Dzika)가 나타나면서 다시 옛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경찰은 다비드에게 Furioza에 잠입해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한다.
그가 거부하면 형 카슈브(Kaszub)가 장기간 수감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비드는 결국 과거의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Furioza의 내부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가 돌아온 세계는 단순히 축구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팬 집단이 아니다.
그 뒤에는 마약과 항구, 조직범죄가 존재한다.


Furioza와 라이벌 훌리건
영화 초반에는 Furioza와 라이벌 그룹의 우스타프카(ustawka)가 등장한다.
우스타프카는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훌리건 문화에서 발전한 사전 합의 집단 싸움이다. 참가자들이 장소와 시간, 인원 등을 미리 정한 뒤 외부인이 없는 장소에서 싸우는 방식이다.
폴란드 훌리건 문화를 연구한 Radosław Kossakowski는 현대 폴란드 훌리건 에서 이러한 사전 합의 싸움이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보통 비슷한 규모의 팀을 구성하고, 외진 장소에서 싸우며, 무기나 위험한 물건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규칙을 합의한다.
2025년 발표된 후속 연구 역시 우스타프카의 특징을 장소·시간·참가자 수·나이 등을 사전에 정하고,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진행되는 합의된 충돌로 정리한다. 푸리오자의 숲속 집단 싸움 장면은 바로 이러한 폴란드식 훌리건 문화의 특징을 영화적으로 재현한 부분이다.


훌리건 세계에서 말하는 ‘명예’란 무엇인가
푸리오자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명예’다. 여기서 말하는 명예는 일반적인 사회윤리의 개념과는 다르다. 그것은 해당 하위문화 내부에서 구성된 일종의 규범이다.
폴란드 훌리건 문화를 연구한 Kossakowski는 실제로 ‘명예’가 폴란드 강성 팬 문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가치라고 분석한다. 팬 그룹 내부에서는 충성, 강인함, 배신하지 않는 태도, 집단의 규칙을 따르는 행위 등이 명예와 연결된다.
특히 중요한 규칙 중 하나가 경찰과 협력하지 않는 것이다. Kossakowski의 연구에서는 경찰과의 협조 금지가 훌리건 그룹 내부 규범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수사기관에 동료의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니라 집단 내부에서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푸리오자의 다비드가 처한 상황이 현실의 훌리건 문화와 연결된다. 그는 경찰의 정보원이 되어 옛 동료들 사이로 돌아간다. 즉 영화에서 다비드의 갈등은 단순히 ‘경찰과 범죄자 중 어느 편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자신이 속했던 집단이 가장 금기시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규칙 있는 폭력이라는 모순
훌리건 세계에서 이야기되는 ‘명예’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폭력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에도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스타프카에서는 일반적으로 참가 인원을 맞추고,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관계없는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식의 규칙이 등장한다. 또 상대편의 깃발이나 배너를 빼앗는 행위에서도 내부적으로 ‘허용되는 방식’과 ‘비겁한 방식’을 구분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Kossakowski의 연구에 따르면 상대 그룹의 깃발을 직접 대치 상황에서 빼앗는 것은 하나의 전리품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여성·어린이를 동반한 사람에게서 빼앗거나 위험한 무기를 이용하거나 몰래 침입해 훔치는 방식은 ‘명예롭지 못하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러한 규칙은 법적·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규범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 충돌에서 언제나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학술 연구에서도 무기 사용 금지 같은 규칙이 현실에서는 깨지는 사례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훌리건의 명예’를 폭력의 정당화로 이해하기보다는, 불법적 폭력행위를 수행하는 집단이 스스로의 행동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만든 내부 규칙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충성, 침묵 그리고 집단
이러한 명예 개념과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충성’이다. 폴란드 팬 문화 연구에서도 클럽과 지역, 친구, 서포터 그룹에 대한 강한 집단 동일시가 확인된다. 푸리오자에서도 이러한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슈브에게 Furioza는 단순한 조직이 아니다. 오랜 시간 함께 싸우고 원정을 다니며 관계를 형성한 일종의 형제집단에 가깝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돈보다 먼저 누가 끝까지 남는가, 누가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가, 누가 싸움에서 도망치지 않는가다.
하지만 영화는 동시에 이러한 충성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조직 자체를 지키는 행동과 특정 리더 개인에게 복종하는 행동은 같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 경계에서 카슈브와 골든의 차이가 드러난다.

카슈브와 골든, 두 개의 훌리건 세계
카슈브와 골든은 둘 다 폭력적인 훌리건이다.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Furioza는 다르다.
카슈브는 Furioza를 일종의 Old School Hooligan Firm에 가깝게 바라본다. 라이벌 그룹과 싸우고 클럽과 동료를 지키며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 집단 자체가 마약 사업을 위한 범죄조직으로 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실제로 CANAL+의 공식 줄거리에서도 골든이 Furioza를 마약 판매에 끌어들이려 하자 카슈브가 반대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골든의 생각은 다르다. 그에게 Furioza가 가진 조직력과 폭력성은 하나의 자산이다. 이미 싸울 수 있는 인력이 존재하고, 내부 결속이 강하며, 명령체계와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 그 조직력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굳이 축구와 훌리건 세계에만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결국 ‘훌리건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지키려는 사람’과 ‘훌리건 조직을 범죄기업으로 확장하려는 사람’의 충돌로 볼 수 있다.

훌리건들 뒤의 조직범죄, 폴란스키
그 연결고리가 안제이 폴란스키(Andrzej Polański)다. 폴란스키는 훌리건이 아니라 지역 조직범죄 세계의 인물이다.
CANAL+의 공식 줄거리에서는 골든이 폴란스키를 위해 항구에서 마약을 인수하고, 이후 계속 그의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관계는 푸리오자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폴란스키는 자금과 범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Furioza는 사람과 폭력을 가지고 있다.
두 세계가 결합하는 순간 훌리건 그룹은 단순한 싸움 조직을 넘어 범죄조직의 하부 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항구와 마약, 그리고 Furioza의 변화
영화에서 항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마약과 국제 범죄의 통로다.
골든은 폴란스키를 위해 항구에서 마약을 수령하고, 이후 스스로 이 사업을 장악하려 한다. 카슈브가 죽은 뒤 상황은 더욱 급격하게 변한다. CANAL+의 공식 줄거리에서는 골든과 Furioza가 폴란스키의 사업을 인수하고, 라이벌인 므루프카와 협정을 맺어 영국과 아일랜드 방향으로 마약거래를 확대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 시점부터 Furioza는 사실상 ‘훌리건 그룹’과 ‘범죄조직’의 경계를 넘어선다.

푸리오자 어게인, 골든의 세계
2025년 공개된 푸리오자 어게인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분명해진다.
넷플릭스는 골든이 살인 사건 이후 Furioza의 리더가 되고, 강력한 훌리건 조직을 장악한 뒤 국경을 넘어 활동을 확대한다고 공식 소개한다. 첫 영화에서 다비드가 관객을 훌리건 세계 내부로 안내했다면, 이번에는 골든의 관점이 중심이다.
그에게 Furioza는 더 이상 단지 축구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 조직원은 싸움을 위한 인력이면서 동시에 마약 운송과 범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된다.
아일랜드 그리고 영화 속 IRA
푸리오자 어게인에서는 범죄의 무대가 폴란드를 넘어 아일랜드로 확대된다. 더블린에서 사건이 전개되고, 골든의 사업 역시 국제화된다. 그리고 작품에서는 영화가 IRA라고 부르는 세력과의 거래까지 등장한다.
해외 리뷰에서도 골든 일행이 더블린으로 이동하고 IRA와 거래하는 장면이 주요 범죄 서사의 일부로 언급된다. 이는 Furioza의 변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첫 영화 초반 이들은 숲에서 라이벌과 주먹으로 싸우는 지역 훌리건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약과 항구를 장악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국제 범죄세력과 협상을 벌이는 수준까지 변한다.
다만 영화 속 ‘IRA’를 실제 특정 아일랜드 공화주의 조직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작품은 이것이 Provisional IRA인지, New IRA인지, Continuity IRA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의 특정 조직을 재현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실제 폴란드 훌리건과 영화는 얼마나 비슷할까
푸리오자는 허구지만, 일부 요소는 실제 폴란드 훌리건 문화와 상당히 유사하다.
첫째, 우스타프카
영화에서 가장 현실성이 높은 부분 중 하나다. 외진 장소, 합의된 인원, 집단 대 집단의 맨손 싸움이라는 형태는 실제 폴란드 훌리건 문화 연구에서 확인되는 우스타프카의 구조와 상당히 유사하다.
2026년 9월에도 폴란드 경찰은 우치 지역에서 수십 명이 참여하려던 계획된 우스타프카를 사전에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즉 이러한 형태의 충돌은 과거 문화가 아니라 현재도 실제 수사 대상이다.
둘째, 경찰과의 협력 금기
다비드가 경찰 정보원이 된다는 설정 역시 실제 훌리건 문화의 중요한 금기를 건드린다.
폴란드 훌리건 그룹에 대한 연구에서는 경찰과 협조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내부 규칙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따라서 다비드의 행동이 발각될 경우 단순한 범죄조직 내부의 배신보다 더 강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영화적 설정만은 아니다.
셋째, 강한 집단 정체성
실제 폴란드 강성 팬 문화에서도 클럽과 지역, 동료 그룹에 대한 강한 정체성은 중요한 요소다.
Kossakowski와 Besta의 연구에서도 조사 대상 팬들이 자신의 클럽과 팬 그룹에 매우 높은 수준의 동일시를 보인다는 결과가 확인된다. 푸리오자의 ‘형제애’와 ‘우리 편’이라는 감정 역시 이러한 집단문화를 극적으로 확대해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격투기와 신체적 전문화
오늘날 일부 동유럽 훌리건 그룹의 우스타프카 참가자들은 단순한 길거리 싸움꾼이 아니라 복싱이나 MMA 등을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경우가 있다.
폴란드 팬 문화 연구 역시 현대 우스타프카 참가자 가운데 무술 훈련 경험자가 많고, 이 영역이 점차 전문화되었다고 설명한다. 푸리오자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훈련된 신체와 집단 전투 방식 역시 이러한 현실적 특징을 반영한다.
다섯째, 범죄조직과의 연결
이 부분도 완전히 허구라고 볼 수 없다.
2026년 폴란드 경찰청은 일부 ‘pseudokibice’ 관련 조직이 단순한 경기장 폭력집단을 넘어 마약 생산·유통, 금융사기, 강도, 폭력 범죄 등에 개입하는 조직범죄 그룹으로 변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폴란드 내무부도 일부 그룹을 여러 종류의 범죄를 동시에 수행하는 ‘multiprzestępcze’ 조직으로 규정하며,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푸리오자의 <훌리건 그룹 → 마약 사업 → 조직범죄> 라는 기본 구조 자체는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설정은 아니다.

그렇다면 영화와 현실은 무엇이 다른가
반대로 푸리오자를 실제 폴란드 훌리건 문화 전체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다.
가장 큰 차이는 범죄의 밀도다. 영화 속 Furioza는 살인, 대규모 마약거래, 항구 장악, 국제 범죄조직과의 거래까지 짧은 시간 안에 경험한다.
실제로 이러한 범죄에 연루된 훌리건 출신 조직은 존재하지만, 이것이 모든 훌리건 그룹의 일반적인 활동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훌리건과 울트라스는 동일하지 않다
폴란드 팬 문화를 연구한 Kossakowski 역시 현대 팬 신을 단순히 ‘hooliganism’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팬 문화에는 울트라스, 일반 서포터, 원정 중심 팬, 정치·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팬 그룹, 훌리건 그룹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울트라스의 핵심 활동은 응원, 깃발, 배너, 피로테크닉, 코레오그래피 등이다. 반면 훌리건 그룹은 라이벌과의 물리적 충돌을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범죄조직까지 동일한 개념으로 묶을 수는 없다.
푸리오자는 폴란드 축구 팬 문화 전체가 아니라 그 가운데 가장 폭력적이고 범죄화된 영역을 선택해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속 ‘명예’도 현실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영화는 훌리건 세계의 명예와 충성을 매우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복잡하다. 실제 훌리건 씬에도 ‘무기 금지’, ‘동등한 인원’, ‘경찰과 협력하지 않는다’ 같은 규칙이 존재하지만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행동이 ‘명예로운가’를 두고 그룹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즉 훌리건 세계에는 단일한 국제 규칙집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각 국가와 도시, 그룹, 시대에 따라 규범은 다르다. 영화는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카슈브가 대표하는 명예 중심의 구세대와 골든이 대표하는 범죄 중심의 새로운 세대라는 명확한 대비로 압축한다.
이것은 현실의 훌리건 문화를 그대로 복제했다기보다 극적 효과를 위해 단순화한 부분이다.
현실에서 ‘명예’는 어디까지 의미가 있을까
훌리건 문화 내부에서 명예라는 단어가 실제로 사용된다는 사실과 그 행동이 사회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스타프카는 참가자들이 합의했다 하더라도 불법적인 집단 폭력이다. 폴란드 경찰 역시 지속적으로 계획된 싸움을 적발하고 참가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따라서 ‘명예 있는 싸움’이라는 표현은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해당 집단이 스스로를 설명하는 내부 언어로 이해해야 한다.
이 구분은 푸리오자를 볼 때도 중요하다. 작품은 그들의 규칙을 보여주지만 그 규칙이 폭력을 정당화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규칙조차 돈과 권력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무너지는 ‘훌리건의 규칙’
카슈브에게 중요한 것은 Furioza 그 자체다. 집단의 역사와 동료, 충성 그리고 그들만의 규칙이 존재한다. 골든 역시 처음에는 그 세계의 일원이다. 그러나 점차 돈과 권력이 더 중요해진다.
폴란스키 밑에서 마약을 운송하고, Furioza를 마약시장에 끌어들이고, 폴란스키의 사업을 빼앗고, 라이벌 므루프카와 거래하고, 결국 국제 범죄 네트워크까지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 Furioza가 가지고 있던 ‘명예’라는 규칙은 점점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푸리오자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은 경찰과 훌리건의 대립만이 아니다.
훌리건 세계 내부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규칙이 범죄와 돈 앞에서 붕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푸리오자는 얼마나 현실적인 훌리건 영화인가
정리하면 푸리오자에는 실제 폴란드 훌리건 문화와 상당히 유사한 요소가 존재한다.
우스타프카, 그룹 간 라이벌 관계, 경찰과의 비협조, 강한 내부 충성, 명예라는 언어, 신체적 훈련,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인 조직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제작 과정 자체도 이러한 현실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푸리오자 관련 인터뷰 자료에서는 각본이 실제 갱단 관계자, 기자, 중앙수사국 관계자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수년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배우와 제작진 역시 작품에서 다루는 훌리건 세계의 명예, 충성, 규칙과 배신을 주요 테마로 언급했다.
하지만 동시에 Furioza라는 그룹과 주요 등장인물은 허구이며, 작품 속 사건을 특정 실제 클럽의 역사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푸리오자가 이야기하는 것
푸리오자를 단순히 ‘폴란드 훌리건이 싸우는 영화’라고 소개하면 작품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이 영화는 훌리건 세계가 가진 내부 규칙부터 시작한다. 충성. 침묵. 명예. 집단. 라이벌. 그리고 싸움.
그러나 그 규칙이 마약과 돈, 조직범죄와 만나는 순간 영화의 질문은 달라진다. 폭력에도 규칙이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돈을 위해 그 규칙을 버리기 시작하면, 그들은 여전히 훌리건인가. 아니면 범죄조직인가.
카슈브와 골든은 바로 이 질문의 양쪽에 서 있다. 카슈브에게 Furioza는 폭력적이지만 자신들만의 규칙을 가진 훌리건 그룹이었다. 골든에게 Furioza는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한 조직이었다.
그리고 푸리오자 어게인에 이르면 그 조직은 폴란드를 넘어 국제 마약시장과 영화 속 IRA까지 연결된다. 현실의 모든 훌리건이 Furioza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스타프카, 내부 결속, 명예라는 언어 그리고 일부 훌리건 네트워크의 조직범죄화는 실제 폴란드 팬 문화와 수사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그래서 푸리오자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폭력적인 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축구를 통해 만들어진 집단의 정체성이 어디까지 사람을 묶어둘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속이 범죄와 결합했을 때 무엇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 영화 ‘우리는 울트라스(Ultras)’ 그리고 나폴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