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t Hooligans란? 훌리건의 이름으로 폭력을 거부한 스웨덴 여자축구 서포터들
축구에서 ‘훌리건(Hooligan)’이라는 단어는 대개 폭력과 충돌, 조직적 싸움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스웨덴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에는 그 단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서포터 그룹이 있다.
이름은 Soft Hooligans.
직역하면 소프트 훌리건 즉, ‘부드러운 훌리건’ 정도가 된다.
이들은 이름만 보면 전통적인 훌리건 그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폭력과 배타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원정과 단체행진, 메가폰과 드럼, 깃발, 배너, 티포, 조직적인 챈트처럼 기존 울트라스와 강성 서포터 문화에서 익숙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스웨덴 여자대표팀을 위해 사용한다.
Soft Hooligans는 현재 자신들을 스웨덴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서포터 그룹이라고 정의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페이스북 커뮤니티 회원은 약 6,000명에 이르며,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선수들에게 ‘보이고 들리는’ 전용 응원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스스로를 ‘Hooligans’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전통적인 훌리건이나 울트라스와는 무엇이 다를까?

시작은 2017년 여자 유로였다
Soft Hooligans의 시작은 UEFA 여자 유로 2017 네덜란드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립자 에스트리드 셸만(Estrid Kjellman)은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 여자대표팀 경기를 보기 위해 네덜란드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목격했다.
하나는 네덜란드 홈팬들의 강렬하고 조직적인 응원이었다.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흩어져 있던 스웨덴 원정팬들이었다.
Soft Hooligans 공식 홈페이지는 당시 스웨덴 팬들이 경기장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숫자도 매우 적었다고 회상한다. 반면 오렌지색으로 가득 찬 네덜란드 홈팬들은 조직적인 응원문화를 보여줬다.
이 경험이 새로운 서포터 그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름은 농담에서 시작됐다
2019년 SVT 인터뷰에서 에스트리드 셸만은 Soft Hooligans라는 이름의 성격을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했다.
당시 일행은 스웨덴 대표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면서 스스로 ‘훌리건이 되어보자’는 농담을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셸만은 동시에 자신들을 “상당히 비폭력적”이라고 표현했다.
즉 Soft Hooligans라는 이름은 전통적인 훌리건 정체성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매우 시끄럽고 적극적으로 응원하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팬들.
그 역설을 이름 자체에 담은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이 만든 서포터 그룹
Soft Hooligans의 출발점도 전통적인 훌리건 그룹과는 매우 다르다.
2017년 네덜란드 원정에 참여한 초기 멤버는 다음과 같다.
- 어머니 Kajsa
- 딸 Estrid
- 딸 Mirjam
- 사촌 Rebecka
- 친구 Id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Kajsa는 대형 티포와 배너를 좋아했고, Estrid는 메가폰을 잡는 역할을 맡았으며, Mirjam은 Soft Hooligans의 로고와 서체를 제작했다.
즉 이 조직은 폭력적 청년 남성 집단이나 특정 지역의 firm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여자대표팀의 응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만든 풀뿌리 서포터 운동에 가깝다.
목적은 단 하나, 여자대표팀의 응원석을 만드는 것
Soft Hooligans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목표는 단순하다.
스웨덴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보고 들을 수 있는 전용 응원석을 만드는 것.
현재 이들은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원정경기와 대회, 티켓, 집결 장소, 행진, 선수와 경기 정보 등을 공유한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 회원은 약 6,000명에 이른다.
즉 단순한 온라인 팬클럽이 아니라 실제 경기장에서 응원을 조직하는 네트워크다.

응원 방식은 상당히 ‘울트라스적’이다
Soft Hooligans를 바라브라바365에서 다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들은 스스로 울트라스라고 규정하지 않지만, 실제 행동 방식에는 전통적인 울트라스 문화와 겹치는 요소가 많다.
Soft Hooligans는 경기 전 팬들을 한 장소에 모은다. 이후 도시를 걸으며 단체로 스타디움까지 이동한다.
경기장에서는 드럼과 메가폰을 사용하고, 깃발과 배너를 흔들며, 여러 챈트를 조직적으로 부른다. 또한 대형 티포도 직접 제작한다.
Guardian은 2025 여자 유로를 앞두고 Soft Hooligans를 grassroots supporter group으로 소개하면서 이들이 드럼, 메가폰, 배너, 깃발을 직접 원정지까지 운반한다고 보도했다.
응원 방식만 놓고 보면 전통적인 울트라스 그룹과 매우 유사한 부분이 있다.

360㎡ 규모의 Caroline Seger 티포
360㎡ 규모의 Caroline Seger 티포
Soft Hooligans의 성장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Caroline Seger를 기념한 대형 티포다.
스웨덴 여자대표팀의 상징적인 주장 Caroline Seger가 대표팀에서 은퇴할 당시 Soft Hooligans는 그녀를 기념하는 대형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 티포의 크기는 약 360㎡였으며, Seger의 얼굴과 함께 ‘Forever our captain’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프로젝트에는 약 170시간이 소요됐고, 10명이 이틀에 걸쳐 교대로 작업했다.
이는 Soft Hooligans가 단순한 가족형 응원모임을 넘어 이미 상당한 조직력과 제작 능력을 가진 서포터 그룹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티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Soft Hooligans는 경기마다 대형 퍼포먼스를 만드는 전형적인 유럽 울트라스 그룹과 동일한 수준은 아니지만, 티포 제작을 자신들의 핵심 문화 중 하나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은 대형 천을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대신, 기존 티포를 잘라 새로운 배너로 다시 사용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Caroline Seger 티포에 사용된 천 역시 이후 여러 개의 새로운 배너로 재활용됐다.
즉 퍼포먼스 자체뿐 아니라 직접 제작하고 재사용하는 과정까지 서포터 그룹 내부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2025 여자 유로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다
Soft Hooligans가 세계적으로 가장 크게 알려진 시기는 UEFA Women’s Euro 2025 스위스 대회였다.
이들은 스웨덴 대표팀을 따라 스위스로 이동했고, 경기 전부터 대규모 집결과 행진을 조직했다.
경기장에서는 노란색과 파란색 깃발, 드럼, 메가폰과 배너를 앞세워 응원을 주도했다.
특히 스웨덴과 덴마크의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경기장 한쪽 골대 뒤를 스웨덴 원정팬들이 채웠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Soft Hooligans가 ABBA 노래를 활용한 챈트를 부르며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이쯤 되면 ‘Soft’라는 이름과 실제 응원 강도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폭력적이지 않을 뿐, 응원 자체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Soft Hooligans는 훌리건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통적인 의미의 훌리건은 아니다.
축구 훌리건 문화는 일반적으로 상대 팬과의 조직적 충돌, 폭력적 명예 규범, firm 중심의 집단 구조, 계획된 싸움 등과 연결된다.
Soft Hooligans는 이러한 요소를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립자 스스로 자신들을 비폭력적인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Soft Hooligans를 실제 hooligan firm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가장 적절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Hooligan이라는 이름을 패러디해 사용하는 비폭력 조직 서포터 그룹.’

그렇다면 울트라스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조금 더 복잡하다.
Soft Hooligans는 자신들을 공식적으로 ultras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행동 방식만 비교하면 여러 요소가 겹친다.
조직적인 챈트, 메가폰과 드럼, 깃발과 배너, 원정 집결, 경기장까지의 단체행진, 티포, 지속적인 그룹 정체성.
이 모든 요소는 유럽 울트라스 문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결정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Soft Hooligans는 폭력적 충돌을 지향하지 않고, 상대 팬과의 적대적 경쟁이나 배타적 내부문화도 핵심으로 삼지 않는다.
따라서 ‘울트라스’라고 단정하기보다 울트라스 문화의 퍼포먼스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새로운 조직 서포터 문화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배타성 대신 포용성을 강조하다
Soft Hooligans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응원 강도가 아니라 누가 응원석에 들어올 수 있는가에 있다.
이들은 특정 성별이나 연령, 축구팬 경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족과 어린이, 여성, 고령 팬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응원문화를 지향한다.
실제로 가디언의 2025년 취재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원정을 떠나는 사례와 가족 단위 참여자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즉 기존 강성 팬 문화에서 나타나는 높은 진입장벽과 폐쇄성을 낮추면서도, 응원 강도와 조직력은 유지하려는 구조다.

‘강렬함은 유지하고 폭력성은 제거한다’
Soft Hooligans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강렬함은 유지하고, 폭력성과 배타성은 제거한다.
이들은 훌리건이나 울트라스 문화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 존재하는 다음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 경기 내내 이어지는 응원
- 단체 원정
- 집단행진
- 티포
- 메가폰과 드럼
- 그룹 정체성
- 선수와의 강한 유대
대신 다음 요소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 상대 팬과의 폭력
- 배타적 남성문화
- 조직 간 충돌
- firm식 명예 경쟁
이 점에서 Soft Hooligans는 기존 강성 팬 문화의 일부 요소를 재해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여자축구의 응원문화는 왜 달랐을까
Soft Hooligans가 탄생한 배경에는 여자축구 특유의 관중문화도 있다.
2017년 당시 스웨덴 여자대표팀은 국제적으로 매우 강한 팀이었지만, 원정경기에서 조직적인 응원문화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에스트리드 셸만은 남자축구 경기에서 익숙했던 노래와 응원문화를 여자대표팀에서도 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가디언 인터뷰에서도 그는 여자축구를 보는 것이 남자 알스벤스칸을 보는 것만큼 재미있고 활기차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즉 Soft Hooligans는 단순히 팬을 모으는 조직이 아니라 여자축구에도 강한 서포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운동이었다.
여자축구 성장과 함께 커진 조직
스웨덴 여자대표팀과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Soft Hooligans도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 SVT가 이 그룹을 소개했을 당시에는 아직 작은 커뮤니티에 가까웠다.
그러나 2025년 가디언 보도 당시 페이스북 그룹은 이미 5,000명을 넘어섰고, 현재 공식 홈페이지는 약 6,000명 규모라고 밝히고 있다.
2025 여자 유로 스웨덴 경기 티켓 신청량도 2022년 대회보다 크게 증가했다.
Soft Hooligans의 성장과 스웨덴 여자축구 관중문화의 성장은 서로 별개의 현상이라기보다 함께 진행된 변화에 가깝다.

스웨덴축구협회와의 관계도 다르다
전통적인 울트라스나 훌리건 그룹과 축구협회·구단의 관계는 종종 대립적이다.
Soft Hooligans는 다르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축구협회는 지정된 Supporter Liaison Officer를 통해 Soft Hooligans와 협력한다.
대형 배너와 티포의 UEFA 승인 절차를 돕고, 원정지에서 팬 집결 장소를 찾거나 경기장으로 물품을 운반하는 실무적 지원도 제공한다.
즉 공식 축구기관과 대립하면서 자율성을 지키는 전통적인 울트라스 모델보다, 협회와 협력하면서 독립적인 응원문화를 만드는 모델에 가깝다.
이름 때문에 조롱받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Soft Hooligans는 자신들의 응원 방식보다 이름 때문에 더 많은 논쟁을 경험했다.
2023 여자 월드컵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들을 조롱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전통적인 서포터 문화의 관점에서 ‘Hooligans’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폭력적이지 않은 것이 모순이라는 비판이었다.
가디언 인터뷰에서 멤버 Emma Holmqvist는 새로운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집단은 종종 기존 문화의 사람들에게 도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순 자체가 그룹의 정체성이 됐다.

Soft + Hooligans라는 역설
‘Soft’와 ‘Hooligans’는 본래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하나는 부드러움과 친화성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폭력적 축구팬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모순 때문에 Soft Hooligans라는 이름은 이 그룹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응원은 거칠고 시끄럽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열려 있다.
훌리건 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폭력은 거부한다.
이 이름 자체가 기존 축구 서포터 문화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이자 재해석인 셈이다.
여자축구는 기존 강성 팬 문화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Soft Hooligans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자축구 관중문화가 남자축구의 울트라스와 훌리건 문화를 그대로 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존 강성 팬 문화에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경기장을 압도하는 노래, 원정의 공동체 경험, 대형 티포, 클럽과 대표팀을 향한 강한 충성.
그러나 동시에 폭력과 배타성, 성차별, 인종차별, 조직 간 권력 다툼과 같은 부정적인 역사도 존재한다.
Soft Hooligans는 전자의 요소를 받아들이면서 후자의 요소는 필수가 아니라고 보여주려 한다.
따라서 Soft Hooligans를 ‘훌리건의 반대’라고만 설명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이들은 기존 강성 팬 문화에서 여러 상징과 행동양식을 가져왔다. 다만 그것을 다른 규칙 아래 배치했다.
조직력은 유지한다. 원정문화도 유지한다. 티포도 만든다. 메가폰과 드럼도 사용한다. 그 대신 폭력과 배타적 명예경쟁을 제거한다.
이 점에서 Soft Hooligans는 훌리건이나 울트라스 문화를 단순히 거부한 그룹이라기보다, 그 문화의 일부 요소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조립한 서포터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스웨덴 여자대표팀의 ‘12번째 선수’
Soft Hooligans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목표는 단순했다.
흩어져 있는 팬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
그리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들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것.
약 9년이 지난 현재 이들은 수천 명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국제대회 원정을 조직하며, 대형 티포를 제작하는 서포터 그룹으로 성장했다.
스웨덴 여자대표팀의 관중석에서 노란색과 파란색 깃발이 흔들리고, 메가폰과 드럼 소리가 울리는 장면 뒤에는 Soft Hooligans가 있다.
그들이 선택한 이름은 ‘훌리건’이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전통적인 훌리건 문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시끄럽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팬들.
강렬하지만 배타적이지 않은 응원석.
그것이 스웨덴 여자대표팀의 Soft Hooligans다.
참고 자료 :
Soft Hooligans Official Website, “How it all started”
SVT Sport, “Möt Soft Hooligans – den snälla supportergruppen”
The Guardian, “Sweden’s Soft Hooligans ready to pump up the volume at Women’s Euros”
The Guardian, Sweden v Denmark, Women’s Euro 2025 match repo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