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예

델리예의 ‘예수 그리스도’ 티포, UEFA는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에 벌금 부과

유럽 축구의 가장 뜨겁고 위험한 성지로 불리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스타디움. 이곳의 북쪽 꾸르바를 점령한 초강성 울트라스 그룹 ‘델리예(Delije)’가 다시 한번 유럽 축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단순한 응원을 넘어 종교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이들의 거대한 퍼포먼스는 UEFA의 강력한 징계에도 불구하고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델리예, 경기장을 거대한 성당으로 바꾸다

최근 유럽 대항전 경기에서 델리예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티포를 선보였다. 관중석 전체를 매운 것은 구단의 로고나 승리의 구호가 아닌, 세르비아 정교회의 전통 양식으로 그려진 거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었다.

또한 그 아래에는 “우리의 믿음이 당신을 승리로 이끌게 하소서”라는 문구가 전시되었다.

델리예는 이 모자이크 형태의 티포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이 세르비아 정교회라는 깊은 신앙의 뿌리에 닿아 있음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성화는 마치 경기장 전체를 거대한 성당으로 탈바꿈시킨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UEFA, 축구장에 종교적 메시지는 절대 안 된다

하지만 이 장엄한 광경 뒤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랐다. UEFA 징계위원회는 해당 퍼포먼스를 ‘스포츠 행사와 관련 없는 부적절한 메시지 게시’로 규정했다. UEFA 징계 규정 제16조 2항에 따르면 경기장 내에서 정치적, 이념적, 종교적 선동을 엄격히 금지함을 명시하고 있다.

결국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FK 츠르베나 즈베즈다)’ 구단은 델리예의 이 퍼포먼스로 인해 9만 5500유로의 벌금과 함께 관중석 일부 폐쇄라는 징계를 받았다.

UEFA는 축구장이 모든 신념을 가진 이들을 위한 중립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레드 스타에게 부과된 벌금은 종교적 표현을 포함해 홍염 사용 17,000유로, 물건 던지기 10,500유로, 난동으로 경기장 질서 유지 실패 28,000유로까지 더해진 금액이다.

경기 결과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레드 스타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0-2로 패하며 유로파리그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중잣대인가, 명확한 규칙인가?

하지만 이번 사건은 유럽 축구계 전반에 걸쳐 익숙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델리예를 비롯한 유럽의 축구 팬들은 UEFA의 이러한 결정을 반기지 않는 듯 하다.

체코에 기반을 둔 훌리건 미디어는 이를 두고 성소수자 깃발, 좌파적 정치 메시지, 무지개 완장은 적극적으로 권장되지만, 십자가 표시는 벌금형에 처해진다며 비난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징계가 델리예의 활동을 위축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UEFA의 벌금을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하 치러야 할 ‘영광의 상처’로 받아들인다.

델리예는 세르비아의 정체성과 정교회 신앙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이것은 정치적 종교적 선동이 아닌 문화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단은 팬들의 열정은 존중하나, 반복되는 UEFA 징계로 인해 재정적 타격과 무관중 경기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델리예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세르비아의 역사, 민족적 자부심, 그리고 정교회 신앙이 결합된 삶의 정수이다. 이들은 외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더욱 강력한 결속력을 보이며, 다음 경기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규모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날 유럽의 많은 서포터즈 조직이 상업화되거나 와해되는 것과 달리, 델리예는 여전히 군사 조직에 비견되는 강력한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발칸 반도의 복잡한 정세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이 조직은, 앞으로도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가감 없이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자료 :
UEFA Disciplinary updates – Red Star Belgrade cases
TyC Sports – Tifos y religión en el fútbol del Este
FK Crvena Zvezda Official Media – Delije North Stand reports

<1990년 5월, 막시미르 폭동 : 디나모 자그레브 vs 레드스타 베오그라드>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