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과 산 로렌소의 특별한 인연

축구에 대한 열정이 종교적 신념만큼이나 뜨거운 나라 아르헨티나. 그곳에는 전 세계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심장과도 같은 축구 클럽 ‘산 로렌소(San Lorenzo de Almagro)’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성 베드로 광장에 울려 퍼진 보에도의 함성. 오늘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된 이들의 특별한 유대감을 소개하고자 한다.

88235번 소시오, 호르헤 베르골리오의 뿌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연고로 하는 ‘산 로렌소’의 열성적인 인차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축구 사랑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족의 유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산 로렌소의 옛 홈구장인 ‘가소메트로(Gasometro)’를 누볐던 기억은 그가 평생 산 로렌소를 지지하는 뿌리가 되었다.

영원한 회원

교황은 2008년부터 구단의 공식 ‘소시오(Socio·연간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회원 번호는 88235번으로, 바티칸을 방문하는 산 로렌소 팬들에게 자신의 회원증을 직접 보여주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모습은 세간의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티칸으로 배달된 우승 트로피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후, 산 로렌소 구단에는 마치 축복과도 같은 경사가 잇따랐다. 이에 구단과 팬들은 교황을 향해 극진한 경의를 표해왔다.

예를 들어 산 로렌소는 가슴 부위에 교황의 사진이나 성 베드로 광장의 이미지가 새겨진 특별 한정판 유니폼을 제작하여 그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또한 2013년 아르헨티나 리그 우승과 2014년 클럽 역사상 첫 ‘코파 리베르타도레스(Copa Libertadores)’ 우승 당시, 구단 경영진과 선수단은 곧장 바티칸으로 날아가 교황에게 직접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에스타디오 파파 프란치스코’ : 미래를 향한 약속

산 로렌소와 교황의 인연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이어진다. 클럽의 영적 고향인 ‘보에도(Boedo)’ 지역에 건설 예정인 새로운 홈 경기장의 명칭은 이미 결정되었다.

“에스타디오 파파 프란치스코(Estadio Papa Francisco)”

이는 자신들의 가장 위대한 팬이자 시대의 스승인 교황의 이름을 경기장에 새김으로써, 그가 강조해 온 스포츠의 가치를 영구히 기념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축구, 사회적 화합을 위한 도구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사회적 화합과 통합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1908년 로렌소 마사 신부가 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산 로렌소의 설립 정신은, 현재 교황이 설파하는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사랑’과 그 궤를 같이한다.

축구장 관중석의 뜨거운 열기와 성당의 경건한 기도가 만나는 지점, 그곳에 산 로렌소의 영원한 소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있다.

놓치면 아쉬운 프란치스코 교황과 산 로렌소의 에피소드 :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인차 ‘La Gloriosa Butteler’

교황이 즉위한 2013년, 산 로렌소는 리그 우승을 두고 치열한 경합 중이었다. 당시 마지막 경기에서 산 로렌소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확정 직후,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바티칸에서 온 보이지 않는 손이 골문을 막아줬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교황 역시 바티칸에서 이 소식을 듣고 “정말 기쁘다”는 짧은 소회를 남겨 팬들을 열광시켰다.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알현을 할 때, 산 로렌소 유니폼이나 깃발을 든 팬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팬이 “교황님, 산 로렌소가 올해 우승할까요?”라고 묻자, 교황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당연하지, 카스라(CASLA·산 로렌소의 약자)는 언제나 최고야!”라고 답하며 아이처럼 기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가끔 라이벌 팀인 리버 플레이트나 보카 주니어스 팬들이 장난을 치면 인자한 미소로 “회개하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산 로렌소 구단은 교황에게 헌정하는 특별 유니폼을 만들 때, 디자인 초안을 바티칸에 보내 의견을 묻기도 했다. 교황은 지나치게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클럽 본연의 상징색(청색과 적색)이 잘 드러나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선호했다고 한다. 이는 화려함보다 본질을 중요시하는 그의 성품이 축구 취향에도 그대로 드러난 사례로 평가받는다.

산 로렌소 팬들에게는 과거 군사 독재 정권에 의해 빼앗겼던 고향 땅 ‘보에도’로 돌아가 새 경기장을 짓는 ‘부엘타 아 보에도(Vuelta a Boedo)’ 운동이 숙원 사업이다.

교황은 이 운동에 직접적인 정치적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항상 “자신의 뿌리는 보에도에 있다”고 언급하며 팬들에게 강력한 정신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팬들은 교황의 존재 자체가 이 거대한 복원 프로젝트의 가장 큰 홍보 대사라고 믿고 있다.

지난해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축구란, 산 로렌소란 무엇이었을까? 결국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뿌리이며, 교황에게는 고향을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참고 자료 :
ncronline – Pope Francis honored by his favorite soccer club San Lorenzo
slmedia – Pope Francis the soccer fan
elconfidencial – Francisco, el papa hincha del San Lorenzo que quiso ser futbolista

<사우스 위너스, 프란치스코 교황에 경의를 표하다> Click

<산 로렌소 바라브라바 La Gloriosa Butteler 이야기>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