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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축구 팬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
남미 축구를 이야기하다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Aguante(아구안떼)’다.
직역하면 ‘버티다’, ‘견디다’, ‘인내하다’ 정도의 의미다. 한국적 감성으로는 일종의 ‘파이팅’과 비슷하다.
하지만 축구 문화에서 Aguante는 단순한 사전적 의미로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Aguante는 남미 축구 팬 문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가치관이자 정체성에 가깝다.
La12를 비롯한 바라브라바를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Aguante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guante의 시작
‘Aguantar’는 스페인어 동사로 ‘견디다’, ‘버티다’를 뜻한다.
여기서 파생된 명사인 Aguante는 원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힘을 의미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아르헨티나 축구 문화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경기장에서 끝까지 응원하는 것,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원정을 따라가는 것, 패배해도 팀을 떠나지 않는 것.
이러한 행동을 모두 Aguante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응원” 이상의 의미
많은 해외 매체에서는 Aguante를 “열정적인 응원(Passionate Support)”이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이는 Aguante의 의미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Aguante에는 다음과 같은 가치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 어떤 상황에서도 팀을 떠나지 않는 충성심
- 원정 경기까지 함께하는 헌신
- 관중석에서 끝까지 노래하는 인내
- 동료들과의 연대감
- 공동체를 위한 희생
즉, Aguante는 단순히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문화였다.

바라브라바에게 Aguante란
바라브라바에게 Aguante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많은 원정을 다녔는지, 가장 큰 깃발을 만들었는지, 가장 큰 응원 소리를 냈는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남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은 모두 Aguante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바라브라바들은 종종 자신들의 조직이 “가장 많은 Aguante를 가진 집단”이라고 주장한다.

왜 원정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남미 바라브라바에게 원정 응원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멀리 떨어진 경기장을 찾아가 팀을 응원하는 행위 자체가 Aguante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힘든 이동, 긴 거리, 경제적 부담, 위험한 환경.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팀과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팬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원정 참여는 지금도 바라브라바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Aguante와 폭력
하지만 Aguante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일부 바라브라바들은 Aguante를 증명한다는 명분 아래 다른 조직과 충돌하거나,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상대 팀의 깃발을 빼앗거나,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거리에서 충돌하는 행동 역시 Aguante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진 시기가 있었다.
오늘날 이러한 행동은 사회적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많은 연구자들은 Aguante가 폭력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Aguante 자체가 아니라, 이를 왜곡해 사용하는 일부 문화라는 점이다.

La12와 Aguante
La12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Aguante 문화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이어지는 응원, 90분 내내 멈추지 않는 노래, 수천 명이 함께 흔드는 깃발, 그리고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되는 응원.
이 모든 것은 Aguante라는 문화적 가치 위에서 만들어졌다.
La12는 Aguante를 가장 강하게 실천하는 조직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문화는 보카 주니어스 팬들에게 강한 정체성을 부여했다.

오늘날 Aguante
오늘날 Aguante는 더 이상 바라브라바만의 단어가 아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응원할 때도 Aguant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축구 문화에서 Aguante는 여전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단순한 열정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 노력과 희생,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까지 포함하는 문화적 개념이다.

Aguante를 이해해야 La12를 이해할 수 있다
La12를 비롯한 남미 바라브라바를 단순히 폭력적인 응원단으로만 바라본다면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그들의 문화 속에는 공동체, 정체성, 충성심, 그리고 Aguante라는 가치가 존재한다.
물론 Aguante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개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남미 축구 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Aguante는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남미 축구가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1925년 ’12번째 선수’에서 시작된 La12는 엘리케 오캄포, 호세 바리타, 라파엘 디 제오를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라브라바로 성장했다.
다음 편에서는 La12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왜 La12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라브라바가 되었나’를 통해 지금까지의 역사를 종합해 본다.
참고 자료 :
Pablo Alabarces, Fútbol y Patria
Pablo Alabarces, Crónicas del Aguante
Gustavo Grabia, La Doce: La verdadera historia de la barra brava más famosa del mundo
Eduardo P. Archetti, Masculinities: Football, Polo and the Tango in Argentina
아르헨티나 축구 팬 문화 및 바라브라바 관련 연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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